드라마가 6회까지 방송된 3월 16일 오후 송중기는 서울 논현동 현대자동차 전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방송을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관심은 이미 폭발적이다. 제작진과 송중기 등 주연 배우들은 그 열기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 기자간담회까지 마련했다. 송중기는 이날 현장에 모인 100여 명의 취재진 질문에 여유를 잃지 않고 답했고, 종종 극 중 자신의 대사를 흉내 내기까지 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도 노련했다.
사전 제작으로 드라마를 완성해 놓은 덕분에 송중기는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에 TV 앞에 앉아 ‘본방송’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고 했다. “완전한 시청자의 입장”이라고 하지만 인기의 핵심인 송중기 역시 자신을 둘러싼 신드롬을 체감하고 있었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 유시진을 연기할 때 감정이나 표정연기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사진제공=NEW
“사람들이 군인과 의사의 관계를 신선하게 보는 것 같다. 의사는 드라마로 소개가 많이 된 직업이지만 군인은 다소 신선한 직업이다. 군인과 의사가 만들어가는 인류애, 원작이 갖고 있는 로맨스도 인기의 원인 같다.”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라는 가상의 빈민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파병으로 현지에 주둔하던 군인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의료봉사를 온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은 갑작스러운 대지진 상황에서 기꺼이 목숨을 걸고 구호 활동에 나선다. 물론 그 안에서 뭉클한 사랑도 싹튼다.
실제로는 세 살 연상의 여배우 송혜교와 드라마에서 나누는 깊은 사랑은, 송중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6개월 동안 그리스 로케이션 등을 통해 이뤄진 제작 과정에서 두 사람은 신뢰를 나눴고 덕분에 멜로 연기에서도 탁월한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지금까지 방송된 내용 가운데 와인을 마시다가 송혜교와 키스하는 이른바 ‘와인키스’는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송중기는 “그 어떤 장면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고 돌이켰다.
“감독님과 가장 많이 얘기한 부분은 대사를 하는 연기보다 대사를 하지 않을 때 유시진의 모습이다. 강모연을 쳐다보는 표정이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감독님도 내 생각에 동의해줬다. 촬영할 때 감독님의 주문은 ‘강모연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대신 느끼하지 않게 본다’ 그런 식이었다.”
송혜교는 송중기에 대해 속이 깊은 남자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NEW
“제대하고 바로 군인 캐릭터라는 사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출연 제안을 받고 김은숙 작가님을 만나 얘기했지만 몸 건강하고 멀쩡하게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잘하고 싶었다.”
덕분에 그동안 ‘꽃미남’으로 익숙했던 송중기는 ‘상남자’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중기 개인을 넘어 그가 맡은 유시진 대위를 향한 반응은 더욱 열광적이다. 송혜교는 ‘송중기와 유시진 대위의 닮은 정도’를 80%라고 꼽았다. ‘싱크로율’이 꽤 높은 편이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송혜교는 그 ‘다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6개월 동안 지켜본 송중기는 유시진보다 속이 더 깊은 남자다. 그런데 말솜씨는 유시진보다 못하다. 농담이나 장난을 하면, 결국 내가 이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멜로를 이끄는 4인방. 왼쪽부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진구. 사진제공=NEW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인성, 현빈, 유승호 등 배우들이 대부분 공백이 무색할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지만 이들과 비교해도 송중기의 활약은 한 수 위다. 그는 “군대에 있을 때 빨리 작품에 출연해 연기하고 싶은 갈증이 컸다”고 했다. 2년간 품은 열망은 <태양의 후예>와 만나 폭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드라마 극본을 함께 쓴 김은숙, 김원석 작가를 향한 무한한 신뢰도 에너지를 발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감히 말하자면 생애 최고의 대본을 만났다. 촬영 전 스무 번 넘게 대본을 읽으면서 볼 때마다 설렜다. 두 명의 작가가 서로 협업하면서 새로운 매력이 생긴 것 같다. 처음에 김원석 작가가 피스메이커(평화유지군)를 소재로 썼고, 거기에 김은숙 작가의 멜로가 버무려졌다. 대본을 뛰어넘어 제대로 표현했는지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유시진 대위로 대표되는 극 중 군인들의 모습이 ‘군국주의와 가깝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애국주의를 강요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공행진 중인 시청률과 별개로 일부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송중기 역시 접하고 있었다.
군국주의 지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다양한 의견을 환영한다”고 입을 열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는 대중예술이라고 생각하고 비판도 있어야 한다. 다만 작품에 속한 주인공으로서,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태양의 후예>는 주춤하던 중국 내 한류 열풍도 다시 만들어냈다. 중국 공안은 12일 웨이보(SNS)에 마련한 ‘4대악 척결본부’를 통해 ‘한국 드라마 팬들은 조심! 태양의 후예에 잠복해 있는 폐해 경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랐다. 요지는 송중기가 만든 ‘상사병’에 대한 경고다. 공안은 글에서 ‘송중기가 출연하고 있는 <태양의 후예>가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방송되면서 많은 소녀 팬들의 광적인 열광뿐 아니라 적지 않은 남성들의 불만을 부르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송중기 상사병’에 시달리는 아내 탓에 가정불화를 겪는 20대 부부의 사연까지 소개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