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무개 씨(51)와 그의 부인 한 아무개 씨(33)는 김포시 통진읍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2013년 한 씨는 아들 이 아무개 군(3)을 출산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한 씨의 건강이 악화됐고 병원을 자주 찾아 육아를 담당할 형편이 못됐다. 이 씨는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낮에 육아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라 이 씨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다. 결국 한 씨는 동생 한 아무개 씨(여·26)를 불러들여 육아를 부탁했다. 마땅히 직업이 없었던 한 씨는 이를 수락해 이 씨 부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한 씨는 그렇게 2년 넘는 시간 동안 조카들을 양육했다. 그 사이 이 군의 동생도 둘이나 생겼다. 이 군은 4남 1녀 가운데 셋째였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5일이다. 이날 오후 4시께 한 씨는 이 군의 복부를 5차례 발로 걷어찼다. 우선 이 군을 방으로 데려가 눕혀놓고 복부를 2회 가격했다. 충격을 받은 이 군은 구토를 했으나 한 씨는 이 상태에서 3차례 더 찼다. 결국 이 군은 의식을 잃었다. 이에 놀란 한 씨는 이 군을 동네의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언니 한 씨는 1주일 전부터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고 이 씨는 출근해 집에 없었다. 동네의원에서는 이 군의 상태가 심각하다며 대형병원 응급실에 갈 것을 권했다. 이에 한 씨는 119구급차를 불러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이 군이 도착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 군의 호흡은 이미 멈춰있었다.
그러나 이 군의 상태는 심각했다. 구급차 내에서도 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변화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44분이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 군은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춘 상태였다. 병원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상황은 그대로였고 결국 오후 6시께 사망선고를 내렸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오기 전부터 사실상 사망한 상태였다”라며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려야 사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오후 6시가 사망시간으로 기록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사체검안서에 따르면 이 군의 사망 추정시간은 오후 5시 28분이다. 사체검안서란 의사의 치료 없이 사망한 시신을 의학적으로 검증하여 사망을 확인하는 증명서다. 정확한 사망 시간은 부검이 끝나면 공개될 예정이다.
병원 측은 이 군의 사망원인을 조사했다. 당시 한 씨는 “아이가 놀이방을 다녀온 후 갑자기 구역질을 하고 쓰러졌다”며 거짓말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 군 시신에 큰 외상은 보이지 않았고 이마에 작은 혹이 있었다. 한 씨는 이 군이 우유병에 맞아 이마에 혹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혹이 사망원인이 될 정도의 외상은 아니었다. 결국 사인은 원인미상으로 처리됐고 병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병원은 보통 원인미상으로 사망하면 경찰에게 조사를 맡긴다.
김포경찰서 전경.
한 씨는 경찰조사에서도 아이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말했으며 본인의 폭행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 군의 시신을 국립수사연구원에 넘겨 부검을 의뢰했다. 1차 부검결과 이 군은 좌측 이마와 우측 광대뼈 등에서 멍이 발견됐다. 또한 성기와 좌측 팔꿈치 피부 일부가 까져있었다. 이에 국립수사연구원은 경찰에 “이 군이 외력에 의한 장 파열 및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 같다”는 소견을 전달했다.
경찰이 이 같은 내용을 추궁하자 결국 한 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7일 한 씨를 긴급체포했다.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카 가운데 이 군이 유독 미워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한 씨는 폭행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 “이날 놀이방을 다녀온 이 군에게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 가져오라고 했으나 가져오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반말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한 씨는 조카들에 대한 지속적인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한 씨는 경찰조사에서 “때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며 “다른 조카들 역시 때리거나 학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군의 부모 역시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아버지 이 씨는 한 씨에게 연락을 받고 뒤늦게 병원으로 왔으나 이 군은 이미 숨진 이후였다. 이날 입원 중이었던 언니 한 씨는 병원을 찾아오지도 못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과도한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포경찰서는 17일 이봉행 서장 명의로 이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포함한 수사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공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전면 비공개가 아니라 팩트에 대해서는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일부 언론이 유가족의 집을 방문하는 등 과도한 취재를 진행해 인권과 사생활에 문제가 생겼다. 기자들과 유가족의 마찰도 있었고 경찰에 항의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18일 한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추가 학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