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거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던 박지성. | ||
태극전사들은 16강 이후의 성적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너무 큰 욕심를 내기보다는 16강을 목표로 차분히 준비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의견은 ‘16강만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결국 토너먼트 대결이기 때문에 8강뿐 아니라 그 다음 단계까지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었다.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한 뒤 “월드컵에서는 어떤 팀이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한국대표팀이 16강에 들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임 밸류 면에선 아직도 유럽 팀들과 비교해서 한국 축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일부 편견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든다고 해서 이젠 그것이 기적이라거나 놀랄 만한 일로 표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과 그 이후에 거둔 성과와 현재 대표팀의 발전 상황을 감안할 때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은 합당한 예상이라는 것. 이영표는 2002년과 현재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 다만 4년 전엔 개최국의 입장이었고 더구나 일본과 공동 개최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본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서 다소 경직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보다는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좀 더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팬 여러분들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축구를 즐기는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정경호(광주) 역시 이영표와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정경호는 “본선에 오른 모든 팀들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대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순 없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데 한국팀이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해 잘 준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수 유경렬(울산)은 “16강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팀이 더 다듬어진다면 그 이상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6강 가능성은 70∼80%로 보고 있고, 4강까지도 욕심 부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 최진철(전북)은 “4년 전과는 여건이나 지원 면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16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이 4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고 16강만 올라간다면 8강은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은 다소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그는 “솔직히 16강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스위스와 한국이 16강 진출을 다툴 것이고 토고와의 첫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진(서울)은 “16강을 목표로 하고 100% 준비한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16강 고지를 넘는다면 8강까지는 무난히 오를 수 있을 것”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아드보카트호의 해외 전지훈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한 김두현(성남)과 백지훈(서울)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예상 성적을 8강이라고 전망했다.
김두현은 “전지훈련을 통해 국내파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았고 여기에 해외파가 가세한다면 한층 전력이 나아질 것”이라며 “이 정도 전력이라면 16강뿐만 아니라 8강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록 이날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딕 아드보카트(59) 감독 역시 그동안 한국팀의 독일월드컵 예상 성적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해왔다. 취임 초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잘 준비한다면 2002년의 성적만큼 못하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고 독일월드컵 본선 조 추첨 후엔 “충분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선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2년 때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히딩크 감독은 그만의 자질이 있었고 우리는 우리만의 자질이 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단순한 바람을 넘어 실질적인 결과물로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영표의 말처럼 한국 축구의 월드컵 16강은 세계인들에게 이젠 더 이상 기적이나 놀라운 일로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