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마친 후 실종된 신 씨가 일주일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신 씨를 찾는 전단지.
신 씨의 누나는 “평소 자기관리를 잘하고 성실하며 긍정적인,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입니다. 부모님이 피눈물을 흘리고 계십니다. 분당 사시는 분 자세히 좀 봐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으며, 미금역과 오리역 인근에 신 씨의 사진이 담긴 ‘실종자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지를 배포 및 부착했다. 신 씨가 예비군훈련에 참가한 점, 원룸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점, 11일 친구들과 자신의 생일파티를 계획했던 점, 택배를 주문했었던 점 등을 미뤄 스스로 잠적했을 리 없다는 게 신 씨의 누나는 판단이었다.
신 씨 누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전단지에 자신의 연락처를 공개해 제보를 기다렸으나, 신 씨의 행적을 특정 지을 만한 제보는 6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마지막으로 CCTV 화면에 담겼던 불곡초등학교 일대와 핸드폰 신호가 끊인 오리역 1번 출구 일대만이 유일한 단서가 될 뿐이었다.
신 씨가 실종된 지 4일째인 지난 14일 분당경찰서는 1개 중대 80여 명의 경찰 병력과 수색견을 동원해 불곡초등학교와 오리역 일대에 대한 집중 수색 작업에 돌입했다. 그 결과 지난 17일 오리역 1번 출구 인근의 ○○은행 건물의 자전거주차장에서 신 씨의 자전거를 먼저 발견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인근 노점상 상인은 “실종자의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가 발견됐고, 경찰이 실종자의 핸드폰 번호 뒷자리로 잠금장치를 해제했다”면서 “실종자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자전거가 발견된 곳은 신 씨의 핸드폰 신호가 끊긴 곳이었으며, 신 씨가 평소 한 커뮤니티 회원들과 모임을 자주 갖던 건물의 바로 옆이기도 했다. 경찰은 전날에도 그 건물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였다. 자전거 발견 이후 경찰은 그 건물에 대한 수색 작업을 재개했고 결국 오후 1시 40분께 지하 1층 저수조 기계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신 씨를 발견했다. 신 씨가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발견 당시 신 씨의 시신은 하얀 색 끈에 의해 목이 매여 있었으며, 손과 발, 가슴도 끈에 의해 결박된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지하 1층의 세차장 관계자는 “일주일 동안 시신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다”면서 “저수조 기계실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매우 비좁은 곳이라 추정할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 지난 18일 국과수 부검에 대한 1차 소견을 발표했다. 국과수는 신 씨의 사인을 전형적인 ‘목맴사’로 추정했다. 또한 경찰은 신 씨의 사체에서 폭행이나 억압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신체 일부에 결박된 끈은 정교하긴 하나 혼자서도 묶을 수 있는 형태라고 전했다. 특히 발견된 저수조 기계실의 입구가 협소해 비자발적으로 인한 출입 시 의류나 신체에 손상이 불가피하나 신 씨가 착용했던 군복과 신체에서 어떠한 손상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신 씨가 실종된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해당 건물로 걸어서 지하 1층으로 들어간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신 씨의 핸드폰 통화 내역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차량을 이용해 지하 1층으로 진입한 뒤 신 씨와 접촉한 사람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신 씨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긴 하나, 여전히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입장인 것이다.
모임이나 탈선 장소로 활용됐다는 건물 7, 8층의 폐쇄된 사우나.
구미동에서 30년간 거주 중이라는 인근 주민 김 아무개 씨(30)는 “이 건물은 오래전부터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들의 모임 장소로 알려져 있다”면서 “중고등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다. 지상 1층과 2층은 상가가 들어서 있으며,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3층~6층은 주차장, 지상 7~8층은 폐쇄된 사우나가 있다. 김 씨가 지목한 탈선의 장소는 바로 지상 7층과 8층에 위치한 폐쇄된 사우나를 말한다. 신 씨는 고통을 즐기는 커뮤니티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관계자와 김 씨의 말대로라면 신 씨는 지하 1층에 가기에 앞서 지상 7층이나 8층에 먼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기자가 직접 폐쇄된 사우나 부지를 탐색하다 신 씨가 신었던 군화로 추정되는 발자국과 남성용 구두 발자국을 7층에서 발견했다. 먼지가 쌓이지 않은 담배꽁초도 군화 발자국 바로 옆에 떨어져 있었다. 신 씨가 타살됐을 시 결정적인 단서가 될지도 모를 의문의 발자국을 사진으로 찍은 후 현장 배치된 경찰에 즉시 인계했다.
시신이 발견된 건물 7층에 위치한 폐쇄된 사우나에서 군화와 구두 발자국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진을 제공받자마자 분당경찰서 형사과에 전달했다”면서 “6시간이 지났지만 7층을 수색하라거나 하는 지시는 따로 하달받지 못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분당경찰서 김동인 형사과장은 “발자국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기자에게 사진 제공 의뢰를 부탁하지는 않았다. 또 신 씨의 시신이 발견된 건물로 걸어서 진입한 사람이 없었다고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지하 1층에서 신 씨가 사망했다는 데 초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며 “차후 다른 층에서 제3자와의 접촉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통을 즐기는 커뮤니티 회원으로 알려진 신 씨에 대한 정보를 SNS와 해당 커뮤니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 씨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SNS 공간에서 신 씨의 독특한 취향에 대해 옹호하는 반응의 글을 남긴 것이다. 실제로 한 회원이 남긴 신 씨의 사망과 관련된 게시글에 올리자 ‘망자의 사적인 얘기를 들춰내지 말자’,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끼리 위로는 못해줄 망정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말자’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신 씨가 가입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뮤니티에는 ‘명탐정 놀이하듯이 추측성 글을 남기는 건 고인과 유가족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런 시국에는 모임을 자제하자’ 등의 글이 지난 17일과 18일 게시됐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