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수원FC 염태영 구단주(왼쪽)와 성남FC 이재명 구단주가 경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전 세계 다양한 형태의 축구클럽들이 존재한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클럽이 있다면.
염태영 수원FC 구단주(염): “수원FC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축구단을 운영해왔다. 이에 K리그챌린지로 진출했을 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사우샘프턴을 모델로 삼았었다. 사우샘프턴은 유소년 시스템을 정착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승격해 EPL에 자리잡고 있다. 사우샘프턴의 유소년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유소년 시스템을 안정시켜 어린선수들을 육성하고, 성인팀 선수로 성장시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사우샘프턴 외에도 이런 유스팀 기반으로 축구팀을 운영하는 구단인 네덜란드의 아약스나 스페인의 FC바로셀로나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FC바르셀로나는 축구팀을 통해 전 세계에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알렸다. 수원도 수원FC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려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고 싶다.”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이): “시민구단인 성남FC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구단이 바로 FC바르셀로나다. 시 재정만으로 운영되는 팀이 아닌 조합원을 구성해 운영하는 민주적인 방식이 우리가 크게 배울 점이다. 17만여 출자자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인 바르셀로나는 회장과 이사진 또한 조합원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시민주를 공모하면 투자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일단 재정 독립까진 어려우니 재정적으로 자체 자산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려 한다. 클럽하우스, 경기장, 체육시설 같은 것들을 확충하려고 하고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아마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두 분이 생각하는 상대팀의 장단점은.
이: “‘남의 집이 살림 잘 한다 못 한다’를 제3자가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관심과 투자 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지난 시즌 우리 팀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수원FC는 과감한 투자와 선수 보강으로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닌 것 같다. 수원시청축구단으로 시작해서 열악한 재정을 딛고 실업팀 내셔널리그와 K리그챌린지를 거쳐 올해 1부 리그 클래식에 합류한 수원FC는 지나온 과정만 봐도 끈질긴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남과의 K리그클래식 첫 경기에서도 뒤지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아직 ‘신입생’팀이라서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의외로 막내가 무서운 모습을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염: “축구전문가가 아닌데 다른 팀을 평가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성남FC는 기업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단기간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까치독존’을 비롯해 전통시장과의 협력, 사회공헌 노력, 중장기적인 유소년 육성방안 등 성남FC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밀착형 마케팅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이재명 시장을 비롯한 선수단과 사무국이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진=이재명 성남FC 구단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드디어 2016시즌 K리그클래식이 개막했다. 올 시즌 예상 순위는. 또한 상대팀 순위 전망은.
염: “솔직히 승격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K리그클래식에 돌풍을 일으키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수원FC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팀이자, 팬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인기 있는 팀으로 성장하도록 하고 있다. 축구수도 수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수원FC는 올시즌 11승, 9위, 승점 45점이란 ‘119사오정’을 목표로 정했다. 따라서 우선 9위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K리그클래식에는 당연히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성남FC도 객관적인 전력상 강팀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다들 우리가 당연히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더라. 그러면 재미가 없고.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해 줄 것이다. 지난해 시즌 초에 다들 우리가 2부 탈락 후보라고 했는데, 솔직히 속으로 생각했다. 놀랄 정도로 잘 할 거라고. 올해도 그럴 거다.
축구 해설자도 아닌데 다른 팀 순위까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수원 FC보다는 좀 상위에 있지 않을까.(웃음)”
-두 팀 간 맞대결을 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는‘깃발라시코’라고 부른다. 앞으로 두 팀의 맞대결은 많은 축구팬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거라 생각한다. 구단 깃발 걸기 이후 다른 아이디어가 있나? (외국에서는 진 팀의 구단주가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고 지역 봉사활동에 나가거나 인증샷을 찍는 이벤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금도 SNS를 통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보내주고 계신 분들이 많다. 이번 경기 후 다른 이벤트들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 관심 자체가 또 흥밋거리가 되는 것 아니겠나. 팬들이 재미있다면 그게 다다. 시장, 구단주라고 무게 잡고 권위 내세우고 그런 거 필요 없다. 그리고 ‘깃발라시코’ 표현이 별로 맘에 안 드는데 이름 적당한 걸로 하나 지어줬으면 좋겠다.”
염: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고,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다. K리그클래식의 시민구단 간의 이러한 이벤트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싶다.”
사진=염태영 수원FC 구단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재명 구단주가 염태영 구단주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나.
이: “오늘 경기를 앞두고 솔직히 쫄리셨나.(웃음)”
염: “쫄렸냐는 건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다만 솔직히 긴장 안 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전력 면에서 보면 수원FC가 객관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우리가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린 지난해 1부 리그 승격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떤 결과도 나올 수 있다. 그게 스포츠의 정신이고 매력이다. 의외의 결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꼭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이 훨씬 더 큰 것은 성남FC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되묻고 싶다.”
-반대로 염태영 구단주가 이재명 구단주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나.
염: “이재명 구단주에게 축구란?”
이: “성남 시민들의 통합시키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창구. 이재명 시장의 성공 사례.(웃음)”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박스] 깃발라시코 경기가 끝나고 사진=19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16’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요신문>과 인터뷰 말미 염태영·이재명 두 구단주는 뒤늦게 한 가지 우려를 꺼내놓았다. “만약 오늘 비기게 되면 내기는 어떻게 하지.” 그러면서도 두 구단주는 한 마음으로 “오늘 무승부는 없다.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두 팀간의 경기는 성남의 티아고와 수원의 김병오가 한 골씩 주고받으며 1대 1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이로써 염태영·이재명 구단주로부터 시작된 수원FC와 성남FC의 깃발더비는 다음 경기를 기약하게 됐다. 한편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는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관중이 찾아 높은 관심을 가늠케 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