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의 전훈을 끝낸 후 보름간 유럽 구상을 마친 아드보카트 감독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숫자들과 사람들 이름들이 나열돼 있다. 거기에다 골 결정력과 수비력을 보완할 나름의 훈련 계획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말대로 한국대표팀의 전술 완성도와 최종엔트리 구성은 80% 정도다. 4월 말까지 최종엔트리 구성을 확정지은 후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전술 완성도를 10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4강을 재현해 보이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자신감의 배경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그의 X파일 속을 들여다 보자.
상대보다 우리가 더 중요
아드보카트 감독은 “상대 선수 분석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본선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서 상대 전력 분석은 완벽히 마쳤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기술위원회가 자체 분석한 자료에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유럽 지인들로부터 수집한 정보가 가득하다. 토고의 아데바요르, 프랑스의 앙리(이상 아스날)와 트레제게(유벤투스) 등은 더 이상 분석이 필요없는 벌거벗겨진 스타들이다. 이제는 이들을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를 펼쳐 보이면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동안 이들을 막아내기 위해 숫자 ‘3’을 강조해왔다. 섣불리 상대 볼을 뺏으려 하지 말고 3m 거리를 두고 시간을 벌이는 ‘3m 딜레이’ 수비법을 집중 훈련한 것이다. 한 선수가 시간을 끈 후 동료들의 협조 플레이로 상대 킬러들을 막아내겠다는 게 감독의 구상이다.
유럽파 제외? ‘2중 효과’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안정환(뒤스부르크)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울버햄튼)을 향해 직격탄을 쏘아 올렸다. 실망감을 표시하며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확히 4년 전 히딩크 감독도 같은 방식을 취한 바 있다. 그는 안정환에 대해 “유럽에서 뛰면 뭘 하나. 벤치에만 앉아 있으면 월드컵 출전은 힘들다”며 호되게 다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결국 유럽파들을 모두 뽑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경고도 엄포와 진심이 버무려져 있다. 우선 유럽파들에게 남은 일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K리그 선수들에게는 ‘항상 문은 열려있다’는 가능성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이중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실전감각이 떨어져 오히려 팀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배제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행군 뒤에 ‘과보상’
아드보카트호는 5월 중순 소집된 후 5월 23일 세네갈, 26일 유럽 강호와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 후 6월 2일 오슬로에서 노르웨이, 6월 4일 글래스고에서 가나와 네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장소를 옮겨 가며 2∼3일 간격으로 네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일정이다. ‘실전을 앞두고 힘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면 바로 여기에 아드보카트 감독의 컨디션 조절법이 숨겨져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5월 중순 때부터 2002년 당시 파워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저승 사자’ 레이몬드 베르하옌을 다시 불러 한국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힘쓸 생각이다. 훈련-실전-테스트를 반복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강화시키는 파워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는 것.
축구 경기시간은 90분이지만 실제 선수들이 활동하는 시간(Actual time)은 60분이라는 게 통설이다. 98프랑스월드컵의 경기당 활동 시간은 평균 60분 32초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태극 전사들이 60분간 사력을 다할 수 있는 체력만들기에 나선다.
가나전을 마친 후 선수들의 컨디션은 바닥까지 가라앉을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후 과보상 효과(hyper-compensation)를 통해 토고전까지 최고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릴 생각이다. 과보상 효과는 평소보다 과도하게 훈련함으로써 피로를 누적시킨 후 회복을 취하면 피로했던 만큼 에너지를 더 갖게 돼 운동능력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컨디션 조절법이다.
최원창 중앙일보 JES 축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