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마키나’의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왼쪽)와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가 자신을 그대로 본떠 만든 ‘제미노이드’.
1. 뛰어난 두뇌의 로봇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컴퓨터 ‘할(HAL)’은 아마 가장 유명한 SF 영화 속 악당 로봇일 것이다. 디스커버리호 우주선을 조종하는 슈퍼컴퓨터였던 ‘할’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 조종사들을 죽이고 위협하는 장면은 가히 소름이 돋을 정도다. 영화 속에서 ‘할’은 심지어 인간 조종사들과 의사 소통도 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지니고 있었다.
현실 속에서 ‘할’과 가장 비슷한 AI라고 하면 아마 IBM의 ‘왓슨’일 것이다. ‘왓슨’은 ‘알파고’가 화제가 되기 전까지 인공지능의 대명사였다. ‘왓슨’은 자연어(영어를 비롯한 기타 언어)를 이해하고, 수초 안에 수백만 건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현재 ‘왓슨’이 탑재된 일본 ‘소프트뱅크’의 로봇인 ‘페퍼’는 힐튼 호텔 로비에서 고객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컨시어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11년에는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서 최다 우승자를 제치고 우승한 바 있으며, 현재 다양한 분야의 기업(P&G, 코카콜라)의 리서치 및 개발 부서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업무를 돕고 있다. 또한 미국 내 병원 수십 군데에서는 종양학자들을 도와 암진단을 내리고 있는가 하면, 어린이용 공룡 장난감에 탑재돼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AI와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고 있다.
2. 살상용 로봇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인 T-800은 인간 골격을 한 로봇이다. T-800은 전세계 컴퓨터를 장악해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에 의해 살상용으로 프로그램화된 로봇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서는 ‘스카이넷’처럼 자의식을 가진 AI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모든 AI는 인간을 해치기보다는 돕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단, 예외는 있다. 바로 군용 로봇이다. 현재 전투지에 배치되고 있는 군용 로봇의 주된 임무는 ‘전투’다.
미방위고등연구계획국인 ‘다르파’는 스텔스 전투기, GPS 등 다양한 최신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전투용 로봇 동물도 있다. 가령 ‘알파독’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진 군사견을 대체하는 무인 로봇으로, 주로 군장비를 운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밖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최근 개발한 ‘아틀라스’ 로봇은 수색 및 구조 임무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3. 도우미 로봇
영화 <스타워즈>의 C-3PO는 인간과 생김새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간을 위해 봉사하도록 설계되었으며, 600만 종류의 의사 소통도 가능할 정도로 인간친화적이다.
현실에서 C-3PO와 같은 로봇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가령 ‘소프트뱅크’의 ‘페퍼’가 가장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2015년 여름 판매가 시작된 직후 즉시 품절됐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페퍼’의 성공 요인은 인간의 감정을 인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령 집에 돌아온 주인의 기분이 우울해 보이면 알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을 틀어주는 식이다. 이는 ‘페퍼’가 인간의 다양한 얼굴 표정이 나타나는 동영상을 보고 학습한 결과다.
4. 청소 로봇
디즈니 영화 <월E>의 주인공인 월E는 인간이 떠난 지구에 홀로 남아 잡다한 쓰레기를 치우는 사랑스런 로봇이다. 월E만큼 귀엽지는 않지만 현실에서의 월E라고 하면 아마 로봇 청소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로봇 청소기로는 ‘아이로봇’사의 ‘룸바’가 있다. 2014년 2월까지 전세계에서 10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집안 구석구서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하는 ‘룸바’는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인식하며, 청소가 끝나면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가 충전을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룸바’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애지중지 보살피는가 하면, 심지어 휴가지에 데려가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 사람 닮은 로봇
영화 <엑스마키나>의 주인공인 ‘에이바’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AI다. 사람과 흡사한 생김새가 특징이며, 어떤 주제로든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하거나 자신만의 의사 표현도 한다.
이런 종류의 AI는 어쩌면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에이바의 지적 능력에는 아직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완벽히 사람을 닮은 로봇은 이미 개발됐다. 일본의 로봇 엔지니어인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대 교수가 자신을 그대로 본떠 만든 ‘제미노이드’가 바로 그것이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요, 피부색, 머리카락까지 이시구로 교수와 완벽하게 닮았으며, 영어와 일본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목소리까지 똑같기 때문에 흡사 쌍둥이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런가 하면 소프트웨어 회사인 ‘IP소프트웨어’의 셰탄 듀브 교수는 ‘아멜리아’라는 이름의 가상 비서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아멜리아는 사람과 거의 분간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