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사람 건졌더니 보따리 달라해’
김종인(좌) 문재인(우)
당시 김종인은 “야당의 뿌리가 흔들흔들해 가지고는 나라를 위해서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나 좋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야권이 절대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과 전권을 나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선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종인은 “좌파·우파 개념이 아닌 경제민주화와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 등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먼저 당을 평정하고 총선에서 수권정당으로 만들어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야권 통합에 나설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친노패권’ 논란으로 탈당이 이어졌던 당의 분위기가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보다 총선진영을 먼저 갖추는 등 짧은 시간에 당내 정비에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청래, 이해찬 의원 등 현역의원 컷오프와 이른바 ‘셀프공천’ 논란으로 당지지자들과 중앙위의 반발을 겪으며, 갈 길 바쁜 김종인과 더민주의 선거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급기야 김종인 대표는 22일 오전 11시에 예정된 비대위에 불참하며, 자택에서 칩거 중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4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와 비례대표 2번을 모두 김종인 대표에게 일임한다며, 갈등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종인 대표의 사퇴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퇴설은 진화되기는 커녕 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3시에 사퇴 표명을 할 것이란 주장마저 그의 측근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문재인 전 대표도 최근 비례대표 선정 논란과 관련해 “제가 당 대표를 계속했더라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상위 순번으로 모셨을 것”이라며, 김종인 대표를 예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양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종인 대표의 구기동 자택으로 급거 상경해 김종인 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들어가는 것은 결코 노욕이 아니다. 총선 이후 대선까지 경제민주화 활동을 해나가려면 김 대표가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김종인 대표가 어려운 시기에 당을 맡아 잘 추슬러서 당이 빠르게 안정됐다. 당이 충분한 예우를 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김 대표의 당무 복귀를 바랬다.
한편,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비례공천 과정을 한국정치사의 비극이라고 맹비난하며, 김종인 사퇴논란에 대해서도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안팎에서도 “안철수, 김한길, 천정배 등이 탈당하는 등 세력분열로 인한 당의 위기에서 빠른 시일 총선정국으로 당을 추스르는 등 이제 살만하니까 총선 승리라는 대의보다 공천밥그릇 싸움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과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당비대위가 공천 관련 당원과 당지지자들의 전반적인 설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총선 정국에서 ‘오직 총선승리’를 외치는 더민주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