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죽이는 ‘장외 야간경기’
그런데 트레이너가 감독한테 보고한 내용은 ‘피로 누적, 허리 근육통’이었다. 도대체 시즌 개막한 지 얼마나 됐다고 피곤해서 허리가 아플 정도인가. 허리가 아픈데 입에서 나는 술 냄새는 또 뭔가.
국내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도 이해하지 못하는 잔부상이 너무 많다. 하물며 피곤하고 야구가 잘 안되면 이런저런 부상을 핑계로 한두 게임 쉬는 선수도 있다. 자기가 빠지면 팀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병명으로 ‘태업’을 한다.
몸이 한두 군데 아프지 않는 운동선수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심각한 부상과 조금 뻐근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의사가 도대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라면 경기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소고기 맛있는 부위는 정확히 알면서 자기 아픈 부위를 잘 모르는 선수가 적지 않다. 20대 초중반의 선수가 잔부상으로 고생한다면 30대 가서는 야구 때려치우고 장사 준비나 하는 게 현명하다.
운동량이 훨씬 많고 일정도 빡빡하고 생활환경도 좋지 않은 2군 선수들은 큰 부상이 없는데, 최고 좋은 음식과 최상의 대우를 받으면서 운동하는 1군 선수가 자주 아픈 것은 정신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야구선수들의 여자관계와 술, 도박문제가 다시 들려오는 것도 잦은 부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전 B코치가 뼈있는 소리를 건네왔다. 사연인즉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투수가 4∼5경기 던지면 팔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며 하소연한단다. 1경기 던진 후 충분한 휴식기간을 주고 잘 먹여주고 잘 재워주는데 도대체 왜 아픈지를 모르겠단다. 또 동계훈련 스케줄을 착실히 소화해내고 몸관리 잘하면 아플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5월 초에 선수들 부상을 걱정한다면 7, 8월 한여름은 어떻게 견디겠냐고 걱정하는 모습이 측은할 정도였다.
각팀 감독의 올시즌 팀운영 계획을 들여다보면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감독 입에서 투수 운영이나 수비, 공격에 대한 작전 지시가 아니라 제발 아픈 선수 없이 한 시즌 꾸려 나가는 게 소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 사태가 파악될 것이다. 야구가 무슨 격투기도 아니고 다른 구기 종목처럼 신체적 접촉도 없는데 멀쩡히 시합하고 그 다음날 와서는 끙끙 앓는 소리 해대는 데는 두손두발 다 들었단다. 눈알 벌겋게 충혈돼가지고 누가 봐도 전날 한잔 때린 표가 나는데도 아프다고 할 경우 감독 이전에 야구 선배로서 귀싸대기라도 갈겨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선수들이 정말 팀을 생각한다면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화려한 네온사인 밑에서 몸을 혹사시키지 말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더 혹사시켜야 할 것이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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