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빅 브라더>를 받아들인 나라 중 하나였다. 2000년 ‘채널 4’에서 ‘시즌 1’이 시작된 <빅 브라더 UK>는 큰 인기를 끌었고, 2001년엔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들이 합숙하는 <연예인 빅 브라더> ‘시즌 1’이 출범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7년 ‘시즌 5’가 되자 쇼는 위기에 봉착한다. 원인은 참가자들 사이의 갈등과 인종주의였고 그 중심엔 인도 배우 쉴파 셰티가 있었다.
사실 <연예인 빅 브라더>가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지적은 2006년 ‘시즌 4’에도 있었다. 당시 참가자 중 한 명인 파리아 알람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여성이다. 영국축구협회 간부의 비서로 협회장인 마크 팔리오스와의 스캔들로 결국 팔리오스를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잉글랜드 축구 팀 감독 스벤 예란 에릭손과 내연의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다. 그녀가 ‘시즌 4’에 등장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비판적이었고, 결국 두 번째 탈락자로 결정되었다. 이때 알람은 “영국 사람들은 흑인이나 아시아인이 쇼에서 우승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연예인 빅 브라더>의 인종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문제는 다음 해 ‘시즌 5’에서 제대로 터졌다. 방송은 2007년 1월 3일에 시작되었고, 총 11명의 셀러브리티가 하우스메이트가 됐다. 칼럼니스트 캐롤 말론, 코미디언 클레오 로스코, 미스 영국 출신의 모델 대니엘 로이드, TV 시리즈 <A 특공대>로 유명한 미국 배우 더크 베네딕트, 펑크 록 밴드 ‘타워스 오브 런던’의 리더 도니 투렛, 커밍아웃한 배우이자 가수인 이안 왓킨스, 미국 가수 저메인 잭슨, 영국 여가수 조 오미에라, <연예인 빅 브라더> 사상 최고령 참가자인 영화감독 켄 러셀, 노장 가수 레오 세이어 그리고 쉴파 셰티였다.
그리고 3일째 되던 날 제이드 구디의 가족이 합류했다. 구디는 영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낳은 최고 스타였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치과 간호사였던 구디는 21세였던 2002년 <빅 브라더> ‘시즌 3’에 출연했는데, 여기서 무식한 언행과 술 마시고 나체로 춤을 추는 등의 기행으로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우승자가 되진 못 했지만 그녀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지명도를 얻었고, 급기야 <연예인 빅 브라더>의 일원이 됐다. 게다가 어머니인 재키 버든과 당시 20세였던 남편 잭 트위드도 가세했다. 이로써 하우스메이트는 총 14명이 되었다.
구디 가족의 등장 후 촬영은 활기를 띠면서 서서히 갈등이 조장되었다. ‘주인과 하인’ 과제는 그 시작이었다. 과제의 마스터, 즉 ‘주인’은 제이드 구디의 어머니인 재키 버든이었다. 그녀에게 시중드는 사람들은 딸인 구디와 인도의 여배우 셰티 그리고 79세의 참가자인 영화감독 켄 러셀이었다. 주인마님의 행동은 매우 권위적이었고, 특히 수다스러운 말투는 사람들을 질리게 했다. 게다가 재키 버든은 쉴파 셰티라는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공주님’(Princess) 혹은 ‘인도 사람’(The Indian)이라고 불렀다. ‘공주님’은 인도 영화에 등장하는 공주 캐릭터를 빈정거린 것이었다.
쉴파 셰티의 ‘연예인 빅 브라더’ 방송 모습. 왼쪽에 함께 있는 이가 제이드 구디다.
결국 재키는 첫 번째로 하우스를 떠나는 사람이 되었는데, 탈락 인터뷰에서 쇼의 호스트인 다비나 맥콜이 강압적으로 요구하자 ‘쉴파 셰티’라고 정확하게 발음했다. 할 수 있으면서 일부러 셰티에게 인종적인 칭호를 부른 것이었다. 게다가 장모가 탈락하자 사위인 트위드는 셰티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며 ‘파키’(Paki)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파키’는 영국에 사는 파키스탄 사람을 경멸적으로 이르거나, 인도나 방글라데시 출신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였다.
모델인 로이드와 가수인 오미에라의 대화는 셰티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에 기름을 부었다. 오미에라는 “인도 사람들이 마른 건 음식을 잘 안 익혀 먹어서 항상 병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이드는 “셰티가 만진 음식 자체가 싫다. 그 손으로 뭘 만졌는지 알 수가 없다”며 거들었다. 여기에 구디는 셰티가 어쩌면 이 쇼의 ‘스파이’나 ‘사기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인도 여자 셰티가 영국 여자 세 명에 의해 따돌림당하고 인종 차별적인 얘기를 듣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구딘는 쉴파 셰티의 이름을 욕설이 섞인 ‘쉬파 퍽칼라’라고 불렀다.
15일이 되었을 때 구디는 셰티에게 “넌 망할 공주가 아니야. 넌 슬럼가에서 굴러 봐야 해”라고 소리 질렀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로이드와 오미에라는 비열하게 웃었다. 로이드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셰티가 ‘시즌 5’를 말아먹고 있다고 음해하며 “영어도 제대로 못한다”고 비난했다. 구디는 쉴파 셰티(Shilpa Shetty)라는 이름을 ‘쉴파 퍽칼라’(Shilpa Fuckawallah)라고 불렀다. 퍽칼라는 욕설인 ‘Fuck’에 인도인을 뜻하는 ‘wallah’를 합한 것이다. 구디의 남편인 트위드는 ‘바보’(dick)나 ‘재수 없는 새끼’(wanker)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점점 도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사건은 터졌다. 그 이야기는 다음 주로 이어진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