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스코틀랜드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는 이천수. 이종현 기자 | ||
이번 월드컵을 인생의 전환기로 삼고자 하는 송종국(23·부산아이콘스)은 올초부터 월드컵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를 1순위로, 프랑스 리그를 2순위로 잡고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초 실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모 스포츠 신문에 ‘히딩크 황태자’ 송종국이 호나우두의 소속팀인 이탈리아 명문 인터밀란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 그 기사는 에이전트 장영철씨(프라임스포츠 대표)가 “인터밀란에서 송종국의 멀티플레이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월드컵 이후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명백한 오보였다. 송종국의 친형이자 프라임스포츠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송종환씨는 “우리 회사가 이탈리아 쪽에다 유소년축구 유학 알선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이상하게도 종국이의 인터밀란 진출로 잘못 보도됐다”며 “아직 어느 곳으로부터도 콜을 받은 적이 없다”고 내용을 정정했다. 송씨는 동생의 해외 진출과 관련, 월드컵 16강 진출과 함께 군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입단 조건으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할 경우 응하지 않을 방침까지 정했다고 한다.
대표선수 중 누구보다 강력하게, 그리고 자주 해외진출을 언급했던 사람은 이천수(21·울산현대)다. 프로입단 전인 고려대 재학 시절 조민국 감독과 함께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돌며 테스트를 받았던 경험을 통해 월드컵 이후엔 반드시 일을 내고 말 거라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천수가 기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인터뷰 스타일에서도 호평을 받을 만큼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해외진출에 유리한 평판을 얻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해외진출은 거리만큼이나 성과를 이루기가 힘들다. 지난해 이탈리아로 테스트 받으러 갈 당시 당장 계약이 성사되는 것인양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이천수의 해외진출설은 잠잠해질만 하면 한번씩 회자됐다. 올초에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이천수의 에이전트 조현준씨까지 가세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전훈 캠프에 참가할 당시 이천수는 기자들에게 “에이전트 조현준씨로부터 잉글랜드리그 몇몇 구단이 내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정보를 흘렸다. 이천수의 말을 그대로 기사화한 스포츠 신문은 이천수가 월드컵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발판삼아 데이비드 베컴, 후안 세바츠챤 베론 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아스날 등 잉글랜드 구단에 입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3월 중순쯤엔 잉글랜드뿐 아니라 스페인, 네델란드에다 독일 분데스리가 중위권 팀까지 이천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애드벌룬을 띄웠다. 지난 스코틀랜드전 이후에도 또다시 이천수의 해외진출설이 신문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했다. 당시의 활약으로 인해 유럽 스카우트들이 잉글랜드전에 대거 몰릴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도 난무했다.이천수 또한 애써 표현을 자제하지만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영표(24·LG)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언론 플레이에 의존하지 않고 조용하게 유럽 진출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현재 독일 2부 리그의 2개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 독일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교포 마쿠스가 이영표의 해외진출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이적료와 몸값 책정을 해놓고 1부보다는 2부 리그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 뒤 1부로 올라가고 싶다는 남다른 열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독일의 마쿠스씨는 이적이나 임대한 팀과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되기 전에 신분조회만 요청해도 입단이 결정이라도 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는 국내 에이전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선수 얼굴이 자주 나와야 외국팀을 상대로 선수를 소개할 때 유리해진다. 그래서 에이전트는 실낱같은 가능성만 보여도 소속 선수의 해외진출을 언론에 알리는 것이다. 이적을 희망하는 팀에 기사가 나온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여주며 선수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를 전달하는데, 구단에선 에이전트로부터 받은 자료 외에도 직접 채널을 가동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선수에 대한 팀 동료의 평가까지 체크할 만큼 철저하다. 신분조회를 하거나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선택받는 것이 아니다.”
마쿠스씨는 해외진출을 원하는 선수라면 높은 연봉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테스트 받는 걸 절대 두려워하지 말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유럽진출에 성공한 경우엔 무조건 팀 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충고를 전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