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머리카락이 몽땅 빠진다면 교원병 같은 질환도 의심되니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 머리칼이 가늘어지고, 더 많이 빠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 원인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베일이 벗겨진 건 최근의 일이다. 지난 2월, 도쿄의과·치과대학의 니시무라 에미 교수팀은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노인성 탈모 원인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에 따르면 “두피에 있는 모낭 내 줄기세포는 털을 새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모낭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이 떨어져 털이 더 많이 빠지고 굵기도 가늘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17형 콜라겐’이 모낭줄기세포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노화에 따른 탈모 메커니즘을 상당 부분 알아냈으니, 획기적인 탈모치료제 개발도 더 이상 꿈은 아니다.
# 탈모 유형, 왜 사람마다 다를까?
남성의 탈모는 크게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그 차이를 낳는 주요 요인은 남성호르몬과 두피의 혈액순환이다. 먼저 M자형 탈모는 이마 쪽 헤어라인과 양쪽 모서리 모발이 얇아지면서 뒤로 파고드는 것이 특징이다. 탈모가 더 진행되면 솜털화돼 모발이 없는 것과 같은 상태에 이른다. 젊은 남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으로 대부분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경우가 많다. 두피는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따로 있는데, 이마 양쪽은 남성호르몬의 영역이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을 투여해 개선효과를 얻기도 한다.
O자형 탈모는 정수리 부위를 중심으로 탈모가 동그랗게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혈액순환 장애로 모근이 가늘어지거나 지루성 두피염처럼 피지가 모공을 막아 O자형 탈모를 유발한다”고 본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전형적인 예다.
C자형 탈모는 이마 중앙부터 탈모가 진행돼 이마라인이 점점 넓어진다. 탈모를 일으키는 물질인 DHT 과다분비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변환된 물질로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단축하고, 모낭의 크기를 감소시킨다. 즉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잘 빠지게 된다.
이밖에도 정수리와 이마 양쪽에서 동시에 탈모가 진행되는 혼합형이 있다. 최종적으로 뒷머리만 남게 되는데, 이는 뒷머리의 머리카락이 DHT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 탈모 예방법은 없을까?
노화나 건조, 과다 피지분비, 스트레스 등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유전과 생활습관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많이 보이는 ‘AGA(남성형 탈모증)’는 유전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전자검사로 탈모 발병위험을 예측할 수 있으니, 탈모가 걱정되는 사람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인해보고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추천한다.
생활면에서는 수면부족이나 장시간 컴퓨터작업, 과다한 육류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두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해 자칫 탈모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탈모유발물질인 DHT가 증가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는 것이야말로 탈모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 하겠다. 참고로 갑자기 머리카락이 몽땅 빠진다면 교원병 같은 질환도 의심되니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 탈모비율은 인종에 따라 다르다?
일본 가발 제조업체인 ‘아데란스’가 세계 20개국 주요도시에서 남성의 탈모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아시아보다 유럽, 미국에서 탈모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많고, 염분과 기름진 음식문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네이티브 아메리칸, 즉 인디언들은 탈모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인디언들이 탈모 방지 효과가 있는 유카(허브의 일종)를 머리 감을 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백발은 탈모가 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거 없는 얘기다. 머리카락 색은 멜라닌 색소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탈모와 관련이 없다. 흰머리가 나는 이유는 노화 외에도 스트레스, 영양부족 등으로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는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서다. 요컨대 흰머리는 두피 속 모낭에서 모발색을 띠게 하는 멜라닌색소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뽑아도 다시 그 자리에 생긴다.
그러나 “모근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흑발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대개 흰머리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뽑아버리지만, 이것은 모근을 상하게 하므로 역효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마사지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유전: 관련도 ★★★★★ 남성형탈모(AGA)의 경우 유전적인 영향이 약 80%를 차지한다. 할아버지 대까지 소급되며, 남녀를 포함해 한 명이라도 탈모가 있으면 요주의. 특히 어머니 쪽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호르몬 양: 관련도 ★★★★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면 DHT라는 물질로 변환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DHT는 모낭을 위축시키고, 세포분열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모발이 얇아지고 탈모를 유발한다. #성격: 관련도 ★★★ 2012년 일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모가 진행돼 두피가 딱딱한 사람들 중 88%는 성실한 성격이며, 65%는 신경질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 관련도 ★★★ 수면 중에는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5시간 이상의 수면은 필수다. #컴퓨터·스마트폰: 관련도 ★★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빛 자극은 스트레스성 안정피로를 일으키고, 머리의 근육경직, 혈행 불량 등 대사기능을 저하시킨다. #체취: 관련도 ★★ 노인 냄새의 주성분인 ‘노네날’과 탈모가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계절: 관련도 ★★ 동물의 털갈이처럼 인간 역시 봄과 가을이면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늘어난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하루 2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위험신호다. #섹스: 관련도 ★ 섹스로 활성화되는 남성호르몬은 미미한 양이라 탈모와 큰 연관은 없다. 그러나 성욕이 강한 사람은 남성호르몬 양이 많기 때문에 잠재적인 탈모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