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설기현이 그림 같은 헤딩슛으로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특별취재단 | ||
[김병지] 98년 참패 잊지 않는다
이운재와 벌이는 주전경쟁은 언론에서 관심을 두는 것만큼 큰 의미가 없다. 누가 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안방문을 막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맞아 0-5로 참패했던 걸 결코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어떤 팀과 붙어도 해볼 만하다. 홈어드밴티지의 이점을 살려 골문을 철통같이 지키겠다. 6월에 둘째 아이 ‘산’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가 분명 아빠에게 큰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홍명보] 믿고 지켜봐주세요
네번째 월드컵 출전이자 축구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의미 있는 순간이 다가온다. 훈련이 힘들 때는 월드컵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 3경기 중 가장 중요하다는 폴란드와의 경기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울렁거린다. 만약 이번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 한이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요즘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랐고 자신감도 상승하고 있어 조심스런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팀의 색깔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불가능’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믿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김태영] 그라운드에서 죽겠다
98프랑스월드컵이 깊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패배를 경험으로 이번 월드컵에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감독은 선수를 믿고 선수는 감독을 신뢰하며 단단한 팀워크를 이룬다. 왠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처음엔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홍명보, 황선홍 등 노련한 선수들이 가세하고 팀의 중심이 잡히면서 제자리를 잡아갔다. 죽어도 그라운드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가장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하겠다.
[최진철]엄청난 변화 증명하겠다
월드컵에 서기까지 참으로 길고 긴 인내의 세월을 보냈다. 93년, 97년 각각 대표팀에 뽑히긴 했지만 두 번을 합쳐 고작 3분 뛰었던 게 전부다. 사실 처음 히딩크호에 승선했을 당시엔 큰 기쁨이 없었다. 엔트리에 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비수엔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있고 나보다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엔트리는 물론이고 주전을 넘볼 만큼 엄청난 변화를 이뤘다. 이젠 그 변화가 허상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무늬만 남편이고 아빠인 나를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실망스런 모습 보이지 않겠다.
[박지성] 16강 위해 뛰고 또 뛰겠다
지난 잉글랜드전과 프랑스전에서 첫골을 터트린 후 유럽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히딩크호 출범 후 국제대회에서 두 골을 쏜 것이지만 개인적으론 골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했다. 이번 월드컵은 너무나 많은 걸 배우게 했던 준비 기간이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다.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만 해도 조연 역할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엔트리에 뽑히고 주전으로 뛰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남부럽지 않은 체력을 바탕으로 온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에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뛰고 또 뛰겠다.
[안정환] 반지 입맞춤 다시 한번
부담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바로 이날을 위해 숱한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전에서 2골을 터뜨린 뒤 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엄청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평가전을 치렀을 때의 자신감을 잊지 않고 본 경기를 연습 경기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유럽 선수들은 어떤 경기에서도 주눅드는 법이 없다. 평소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들과 수차례 경기를 치러봤기 때문에 큰 대회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선수들은 긴장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폴란드를 상대해야 한다. 아내와의 커플링에 다시 한 번 입맞춤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영표] 유럽 강팀 ‘요리’할 것
드디어 월드컵이 시작된다. 첫 경기 상대가 폴란드인데 자신감보다 긴장과 두려움이 더 크다. 상대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처음으로 서보는 월드컵 무대에서 유럽의 강팀으로 꼽히는 폴란드를 어떻게 ‘요리’해야 맛깔스런 ‘음식’으로 나올지 고민스러운 것이다. 비록 공격수들처럼 빛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어떤 역할과 플레이를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어머니의 새벽기도가 꼭 효과를 발휘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천수] 8강 가능성 헛말 아니다
몸이 너무 좋다. 훈련 때도 골키퍼 형들이 내 공을 받으면서 슛이 정말 좋다며 칭찬하는 걸 자주 들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으로 경기를 펼쳤던 것 같다. 기분 같아서는 폴란드뿐 아니라 포르투갈을 상대해서라도 골을 뽑아낼 것 같다.
인터뷰 때마다 8강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는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만한 실력을 이미 갖추었고 준비를 다 했다. 개인적으론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이천수란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차두리] 아픈 지적 딛고 일 낼 것
어렸을 때부터 인생의 목표이자 소원으로 꼽았던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정말 꿈만 같다. 특히 내가 존경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월드컵 출전을 현실로 이룬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기 때문에 때론 아픈 지적들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국제무대 경험이나 실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뒤떨어지지만 계속 가능성에 도전한다면 언젠가 훌쩍 커 있는 차두리를 발견할 것이다.
[유상철] 대박 터뜨리고 만다
얼마전 아내가 내 눈빛에서 빛이 난다는 얘길 했다. 그리고 굉장히 매서워졌다며 긴장을 풀라고 충고했다. 내 마음을 꿰뚫는 소리였다. 정말 요즘엔 나답지 않은 긴장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98프랑스월드컵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잘만 하면 뭔가를 이룰 것 같은 생각에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지난번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때 일 낼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이 마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 큰소리가 ‘뻥’이 될지 대박을 이룰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황선홍] 한국선수들 파이팅이다
어깨 부상으로 막판에 고생했는데 거의 완쾌된 상태에서 월드컵을 맞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똥볼’이란 오명에다 잦은 부상으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동안 황선홍을 믿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폴란드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98프랑스월드컵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본게임에 나가지 못했던 아픔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이번엔 그때의 아픔이 기쁨으로 승화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보다 약팀은 없다. 그렇다고 벌벌 떨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선수들 파이팅!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