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차두리는 ‘해외파’가 된다?
그중에서 믹스트 존은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선수들이 미로처럼 나 있는 통로를 걸어올 때 선수들을 취사선택해서 인터뷰할 수 있는 곳이다. 경기 직후 기자들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경기중 궁금했던 것을 해당 선수에게 직접 묻게 된다. 물론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행운도 주어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 기자들은 세계적 축제의 생생한 현장감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과 유럽 강호 3팀과의 평가전이 끝난 뒤 믹스트 존에 입장한 선수들의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외국팀(특히 잉글랜드)은 자국의 방송과 언론 기자들에게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할애하며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 기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반면에 힘겹게 한국과의 경기를 끝낸 26일 프랑스팀의 경우 선수 대부분이 인터뷰를 피해 도망치듯 믹스트 존을 빠져나갔다.
그렇다면 우리 선수들은 어떨까. 한줄로 지나가면서 기자들이 이름을 외쳐 불러도 못들은 척하며 스쳐가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이천수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등은 성실한 인터뷰 태도로 기자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이천수는 장황한 설명을 곁들이며 숱한 인터뷰 요청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순발력이 압권이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거치면서 기자들 사이에서 스타 중의 스타가 됐다.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외모만큼이나 소박하고 성실한 답변이 인상적이다.
프랑스전에서 동점골을 넣고 그라운드에 대(大)자로 누웠는데 그 세리머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자 자신이 어떤 포즈를 취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고 말해 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설기현도 도망가지 않고 성실히 인터뷰에 응해 호평을 받는 편이다.
한국팀 가운데서 제일 뒷말을 듣는 사람은 차두리다. 차두리는 프랑스전이 끝난 뒤 믹스트 존에 나와 국내 언론보다는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내 기자들이 한 마디만 듣자고 외쳐도 못들은 척 하다가도 유럽 매체들이 마이크를 들이 대면 능숙한 독일어로 대답하며 활짝 웃는 표정까지 지어보였다.
최용수는 단 한 차례도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다. 월드컵 동안 심신을 어지럽히기 싫어 인터뷰를 피한다는 게 거절의 변인데, 인터뷰 한 번으로 심신이 어지러워질 정도면 세계적인 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지나갈 때마다 기자들의 비슷한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믹스트 존에 입장한 선수라면 유쾌한 마음으로 목을 빼고 기다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흔쾌히 응할 줄 아는 여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16강 진출의 과제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을 즐기고 그 기분을 나눌 줄 아는 세련미가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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