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의 제왕’ 안정환. 그가 ‘히든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이종현 기자 | ||
그렇다면 폴란드를 어떻게 공략해야 첫승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까. 히딩크는 또 어떤 전술로 전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할까. 16강으로 가는 첫 관문이자 사실상의 승부처가 될 6월4일 폴란드전을 대비한 히딩크 감독의 히든카드를 점검해봤다.
월드컵 조 편성 당시만 해도 한국이 폴란드와 첫 경기를 치른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2002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바이킹 군단’ 노르웨이, 신흥 강호 우크라이나, 웨일즈 등을 누르고 조 1위로 본선 티켓을 거머쥔 폴란드가 어쩌면 축구강국 포르투갈보다 더 어려운 상대일 수도 있다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백팔십도 달라졌다. 최근 폴란드의 전력이 지역예선 때와 달리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연이은 평가전에서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데다가 한국팀의 전력이 눈부신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폴란드가 위축돼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축구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은 그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일간스포츠>의 박재영 부장은 “하이토와 바우도흐의 중앙 라인은 그런대로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왼쪽 윙백을 맡은 제브와코프와 오른쪽을 맡은 크워스의 수비에 잦은 문제가 노출된다. 최태욱 송종국 이천수 등이 측면을 공격하며 낮고 빠른 스루패스로 공격 루트를 만들어간다면 쉽게 득점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독과의 내분 위기 등으로 인해 팀워크에 문제가 발생했고, 올리사데베의 컨디션이 회복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그리 위협적이지 않으므로 좌우 측면을 활용하면서 센터링을 이용해 골문을 위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상철 KBS 해설위원은 지금의 들뜬 분위기와는 약간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6월4일 정도면 폴란드가 전열을 가다듬고 한국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 “폴란드는 더욱 긴장하고 대비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나올 것이다. 팀 분위기가 상승되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너무 앞서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위원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 중 우리보다 약한 팀은 단 한 팀도 없다면서 좀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폴란드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박종환 전 대표팀 감독도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될 것을 가장 우려했다.
공수 연결 패스와 탄탄한 수비 조직은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팀의 장점. 그러나 폴란드가 그동안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플레이처럼 본게임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박 감독의 체험적인 전망이다.
“장신의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90분 동안 지치지 않고 풀(full)로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재일동포이면서 일본에서 축구전문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신무광씨는 “폴란드는 수비 위주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쉽게 골을 내주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기는 경기로 갈 것이냐 아니면 무승부 작전으로 갈 것이냐에 따라 베스트11이나 전술의 차이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은 폴란드전에서 어떤 ‘히든카드’로 한국 승리의 발판을 다질 것인가.
‘여우’라는 별명처럼 히딩크 감독에게 분명 히든카드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명보의 예기치 않은 중앙 침투와 3명의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간의 다이아몬드형 스위치, 이천수의 공수를 넘나드는 활발한 플레이 등 전술은 이미 상당 부분 노출된 것이 사실이다. D조 상대국은 이미 이런 전력들을 훤히 꿰뚫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카드는 무엇일까. 예측컨대 프랑스전에서 벤치만 지킨 안정환에게 그 비밀이 숨어있을 것 같다. 이천수가 잉글랜드전에서의 발목 부상으로 뛰지 못한 반면 안정환은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나서지 않았다. 폴란드전을 대비해 전력 노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감독의 속뜻이 숨어 있는 부분이다.
스코틀랜드전, 잉글랜드전 모두 후반에 안정환을 교체 투입해서 좋은 성적과 기대 이상의 플레이가 연출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폴란드전에서도 안정환은 ‘해결사’ 이상의 몫과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팀의 분위기를 상승시켜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과연 히딩크감독의 새로운 ‘히든카드’로 성공할 수 있을까.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름 없는 조별 예선리그에서 한국팀은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전사가 되기 위해 막바지 전열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