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한국관산업진흥회에 매년 지원해 오던 30억 원 예산을 갑자기 중단하기로 해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청 건물 전경.
광주시는 22일 오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적 지역산업인 광(光)산업을 한국광산업진흥회에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기로 했다며 매년 진흥회에 지원해온 30억 원 규모의 예산 위탁 및 지원 사업의 철회 방침을 밝혔다.
시는 예산지원 중단 이유로 효과적인 기업 지원과 융·복합 활성화를 위한 기업 요구에 대한 진흥회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그러면서 ‘탈 광주 지원의 필요성’을 표명한 한국광산업진흥회 회장단의 입장변화도 이 같은 방침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진흥회는 2000년 3월 산업발전법에 의해 설립된 전국 광산업 민간사업자 연합체로 광주시로부터 예산 사업의 위탁 명목(민간경상보조금) 등으로 30억 원 안팎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예산에 23억 원이 반영된 상태다.
시는 ‘광산업전략기획팀’을 구성해 올해 책정된 예산 지원 여부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의 1년 예산은 국비와 시비, 자체 회비 등 70억 원 안팎으로 시가 예산 지원을 중단할 경우 법인 존립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청과 진흥원 안팎에서는 시가 갑자기 예산 지원 불가를 선언한 것은 상근부회장 선출과정에서 ‘괘씸죄’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시가 진흥원 상임부회장에 ‘관례’대로 시 고위간부 출신을 요청했는데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데 대해 시가 예산 지원을 끊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상근부회장 공모에는 시가 요구한 인사와 현 상근부회장 등 2명이 응모했다. 하지만 임원추천위는 시의 의지와 달리 현 A 상근부회장을 이사회에 1위로 추천했고 이사회도 만장일치로 이를 수용했다.
공교롭게도 시가 ‘진흥회에 대한 지원 중단’ 보도자료를 낸 22일이 이사회가 A 상근부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날이어서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상근부회장 연임 과정에서 그간 시와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왔던 것과는 달리, 투명한 과정 없이 각종 절차가 진행됐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진흥회 한 관계자는 “광주시 정무라인 간부가 진흥회 고위인사를 2차례 방문과 전화 통화를 통해 시 퇴직 간부를 부회장에 선출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시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지원 중단이란 보복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가 산하기관도 아닌 진흥회를 예산 지원을 명분으로 내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하부 기관쯤으로 인식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더구나 시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고 예산 지원을 끊는 ‘갑질 행정’을 하는 데 대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진흥회가 시 출자·출연기관도 아닌 만큼 압력 행사는 말도 안 된다. 정무라인의 접촉도 부회장 모집 공고와 관련해 A 씨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획과 입장을 물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근부회장 문제를 예산 지원 중단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식 해석이다”고 해명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