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이 주식시황판을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69포인트(0.08%) 내린 1995.1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2.12포인트(0.31%) 떨어진 689.39에 장을 마감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외국인 동향과 환율
코스피 흐름과 가장 동행하는 지표는 외국인 순매수다. 우리 증시의 30%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최대 세력이다. 이 때문에 시장은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진다. 외국인의 움직임과 가장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는 지표가 바로 원/달러 환율이다. 외국인들은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팔고, 원화가치가 오르면 샀다.
3월 코스피 상승에는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결정적이었다. 3월 들어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 4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2월 말 1달러에 1237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3일 현재 1161원까지 급락했다.
그런데 지난 22일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1달러에 1153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반등을 시작 1170원에 근접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둔화됐다. 23일과 24일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는 117억 원, 480억 원이다. 3월 들어 일평균 순매수 금액 2163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키움증권 홍춘옥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 즉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주식시장에 부담이다. 실제 일부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도 나오고 있다”며 “지속적인 상승을 하기에는 기업실적 부진 가능성과 경기둔화 우려감이 부담이다”고 분석했다.
# 원자재 가격
지난 2월 11일 배럴당 26달러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근월선물 가격은 3월 22일(현지시간) 41.45달러다. 40여 일 사이에 무려 58% 급등했다. 유가뿐 아니다. 철광석과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2월 중반 이후 급등했다. 2월 12일 사우디와 러시아가 만나 원유생산을 동결하기로 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감산이 아니어서 실망스럽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결국 추락하는 가격을 회복시키기 위해 생산조절에 나섰다는 ‘방향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가격 흐름의 반전으로 이어졌다.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 중동과 원자재의존형 신흥국의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이어졌다. 이는 신흥국 전반의 통화강세로 연결돼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진정되는 효과로 나타났다.
그런데 23일부터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곤두박질을 시작했다. WTI는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졌고, 구리 가격도 12거래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은 “WTI 유가는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50선에서 1차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 기업이익
기업이익이 늘어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업이익 전망이 나빠지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한 한국 기업의 작년 순익은 93조 7000억 원으로 2014년(83조 3000억 원) 대비 12.4% 증가했다. 이는 2013년(71조 5000억 원) 이후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세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분명 기업이익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올해다. 같은 날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24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된 상장사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석 달 전보다 5.62% 감소했다”며 “과거 5년간 평균 하향 조정률이 3.19%였음을 감안할 때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수출 부진 등 기업 실적 환경도 우호적이지 못하다”며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 금리
금리가 오르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기회비용이 높아진다. 주가에 부정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 원화 등 신흥국 통화는 약세로 돌아서기 쉽다. 신흥국 통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이다.
2월까지만 해도 원자재시장 부진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연말 기준금리 인상 추세로의 복귀를 선언했던 미국도 금리인상을 자제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3일(현지시간)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설을 통해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전날 연설에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이번주 초 연설에서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반등에 나서면서 물가지수가 상승세”라면서 “계속된다면 각국 중앙은행들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부담으로 작용하게 돼 투자심리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한국증시의 상대가치
전문가들은 액면가와 발생주식수가 다른 종목들 간, 시가총액과 시장규모가 다른 증시 간 비교를 하기 위해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지표,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한다. 단순화하면 주가가 이익의 몇 배냐, 또는 시가총액이 상장기업 이익의 몇 배냐를 표시하는 지표다.
현재 우리 증시 시가총액은 올해 상장사 이익전망치의 11.1배다. 2010년 이후 고점 11.2배에 근접했다. 문제는 남은 9개월여 동안의 이익전망이다. 이익이 더 늘어난다면 시가총액이 더 늘어나도, 즉 주가가 더 올라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다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 주가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영환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코스피는 MSCI 전세계 지수 대비 평균 18.1% 할인돼 왔는데, 현재 할인율은 23.5%다”라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이 아직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