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신청을 했음에도 2년 넘도록 출석하지 않은 안승아 양은 당연히 전수 조사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지난 1월 장기결석 초등생 전수조사 결과 충북에 단 한 명의 의심 학생이 없다고 발표했다. 안 양이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정원외 관리대상자’로 분류되면서 청주청원경찰서가 조사에 돌입했다. 안 양의 어머니인 한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 3월 18일. 이날 경찰은 안 양의 초등학교 입학 여부와 소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마친 후 청주시 청원구 율봉로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간 한 씨는 방과 창문을 테이프로 막은 후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한 씨는 ‘하늘에 가서 죽은 딸에게 부모로서 못한 책임을 다하겠다’,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 모두가 나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유서와 게임 중독에 빠진 남편 안 씨로 인해 가정불화가 시작됐다는 내용 등의 메모를 남겼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이튿날인 19일 계부 안 씨를 시신 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안 씨는 “오후 9시쯤 퇴근을 해보니 아내가 아이를 화장실에 가둬 죽게 만든 상태였다”며 “아내와 함께 죽은 아이를 보자기에 싸 야산에 묻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아내 한 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승아 양의 태도에 격분해 물이 담긴 욕조에 승아 양의 머리를 서너 차례 집어넣다가 의식을 잃게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안 씨는 임신한 한 씨의 만류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고, 안 양의 시신을 4일간 베란다에 방치한 뒤 안 씨가 결혼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백곡저수지 인근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안 씨는 안 양의 시신을 유기한 시점은 5년 전인 지난 2011년 12월 24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경찰은 형사기동대, 감식반 등 60여 명과 굴착기 등을 동원해 안 씨와 함께 승아 양의 시신이 유기된 백곡저수지 인근의 야산을 찾아 수색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안 씨가 지목한 지점 6곳을 굴착기로 파헤치고, 7시간 넘도록 인근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안 씨는 “5년이 지나 지형이 변해 정확한 유기 지점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지난 3월 21일 대전지방경찰청으로부터 수색견 2마리를 지원받아 안 씨를 대동해 다시 한 번 백곡저수지 인근의 야산을 찾았다. 수색견이 지목한 10개 지점과 1차 수색작업에서 안 씨가 지목했던 6개 지점에 대한 발굴 작업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도 안 양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3월 20일 경찰은 안 씨를 사체 유기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24일 청주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모가 남긴 메모를 살펴본 결과 집착과 의심 등 편집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 씨의 정신병력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한 씨에게 폭행 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두 차례에 걸친 수색작업을 마친 뒤 안 씨가 “정신이 없었다”며 “조용하게 암매장 장소에 가고 싶다”고 경찰에 수색 작업 재개를 제안했다. 이에 3월 25일 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안 씨는 경찰과 함께 다시 한 번 승아 양의 시신이 암매장된 장소를 찾았지만 이번에도 승아 양의 시신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수색작업에서 승아 양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안 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안 씨에 대한 각종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안 씨의 진술 자체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인이 어렵다. 우선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22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안 씨의 암매장 진술은 거짓으로 나왔다. 이에 곽재표 수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진천에 암매장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씨는 갈월리 야산에 승아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진술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니 최면수사를 받고 싶다”고 자청하기도 했다. 이에 3월 24일 경찰청 본청과 충북경찰청 소속 최면수사관 2명을 동원해 5시간 가까이 최면수사를 벌였지만 안 씨의 방어기제가 강해 최면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최면수사를 담당한 수사관들이 안 씨의 진술 대부분이 거짓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자살한 부인 한 씨가 안 양을 살해했으며 자신은 임신한 아내의 만류로 경찰 신고를 하지 못하고 암매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안 씨가 암매장 위치를 정확히 밝혀 시신이 빨리 발견되도록 하는 게 안 씨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안 씨는 거듭 거짓으로 보이는 진술을 고수하고 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최면수사도 허사였다. 이로 인해 안 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뭔가 중요한 부분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미혼모였던 한 씨는 2009년 9월까지는 숨진 승아 양을 일반 가정에 위탁했다가 2011년 4월까지 아동생활시설에 맡겼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 씨와 안 양이 함께 생활한 기간은 2011년 4월부터 그해 12월까지 8개월여이다.
유시혁 기자 evenr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