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왼쪽)과 이재오 의원. 사진공동취재단·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새누리당에서 일찌감치 공천배제(컷오프)된 예비후보들 중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부류는 비박계와 친유승민계로 나뉜다. 그래서 ‘비박무소속연대’냐 ‘친유무소속연대’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 정가 인사는 “무소속끼리 연대를 하려면 굳이 나뉠 필요도 없다. ‘부당공천연대’로 가면 설득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비박연대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중심을 잡을 것이란 말이 많다. 이 의원은 본인이 컷오프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과 통화했고, 서울 마포갑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공천장을 뺏긴 강승규 전 의원과도 추후의 행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의 경우 은평을 지역구에서의 조직력과 주민친화력을 앞세워 누가 붙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비박연대와 친유연대 사이에는 임 전 의원이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임 전 의원은 유 의원의 공천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국회에서 이틀간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유 의원 공천을 빨리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임 전 의원은 지난 23일 “공당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발언 수위를 높였고 유 의원이 탈당을 결정하자 다음날 “이한구 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출세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가장 저열한 성공처세길만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임 전 의원은 유 의원과도 당일 전화통화를 하며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성걸(대구 동갑), 유승민(대구 동을),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대구 동구선관위에서 후보자등록 마친 뒤 손을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여기에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나선 조해진 의원(컷오프)까지 가세하면 영남권은 친유연대, 수도권은 비박연대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대구에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 바람이 분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을 받았지만 그와 친했던 홍사덕 박종근 조원진 이해봉 의원 등은 당시 무소속으로 생환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대구의 13곳 중 자민련 당선자가 8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구심으로서 박 대통령만큼 역할을 해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본인부터 생존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 분열보다 야권 분열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은 이유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