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런던법인 부사장을 지냈으며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1999년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했다. 2002년 한투증권 전신인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5년 후인 2007년 한투증권 사장에 올랐다.
유 사장은 지난 2011~2013년 국내 증권사 순이익 1위에 오르는 등 한투증권을 최고 증권사 중 하나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또 본인의 강점으로 알려져 있는 자산관리 부문은 물론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한투증권이 두각을 나타내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사장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욕심이 많기로 유명하며 본인을 띄우는 ‘개인 마케팅’도 상당히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출신 한 인사는 “본부장급 이상 인사들이 대부분 옛 동원증권 때부터 몸담고 있던 사람들인데 외부 영입 인사가 영입 5년 만에 사장에 오르고 이후 10년간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오너의 의중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먼저 실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주사(한국금융지주)의 김주원 사장과 이강행 부사장 등도 옛 동원증권 때부터 일해온 인물들이다. 특히 1959년생으로 유상호 사장보다 한 살 많은 이 부사장은 지난 2012~2015년까지 한투증권 부사장으로 있다가 올해 지주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한투증권이 메리츠증권과 함께 ‘이미지 훼손’이나 ‘고위험’보다 ‘실적’에만 중점을 둔다는 비난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투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이미지보다 실적을 우선시한다”며 “어떤 경우에든 돈만 벌어오면 최고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유 사장은 메리츠증권에서 한투증권으로 옮겼다.
한투증권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때마다 피인수 기업에서 한투증권을 적대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있었던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대우증권 노조가 한투증권의 인수를 강하게 반대한 데 이어 현대증권 노조 역시 한투증권의 인수를 결사반대했다.
그렇지만 증권업계가 한창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흔들리던 2010년대 초 한투증권을 순이익 1위 증권사에 올리고 어려움에 빠지지 않게 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지난해 카카오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성공한 것도 유 사장과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연임이 확정된 후 유상호 사장이 당장 풀어야 할 일은 현대증권 인수다.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에 패한 한투증권은 현대증권 인수가 절실하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직접 현대증권 인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유 사장은 현대증권 인수를 성공시켜야 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 25일 한국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이후 “2020년 아시아 최고 증권사가 되기 위해 대형 증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며 “현대증권 인수는 이런 차원이며 회사가 클 수 있다면 추가 인수합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본입찰을 마감한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3월 말 선정될 예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