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기동 단장이 이끌고 있는 반부패특별수사단에 쏠리는 시선들이 심상치 않다. 지난 2개월간 어떤 사건을 첫 수사 타깃으로 할 것인지를 집중 검토해 온 만큼 무슨 사건이 됐든 간에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검찰 주변에서 특별수사단이 기업사건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거나, 주요 정치인들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직 확인된 내용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입단속이 철저한 탓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단장 등이 그동안 굉장히 많은 사건들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김 단장과 대검찰청 박정식 반부패부장, 김수남 검찰총장 등 보고라인에 있는 사람들만이 어떤 사건을 수사할 것인지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특별수사단이 철통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는 우선은 수사를 위해서다. 정보가 새어나갈 경우 해당 기업이나 사건 당사자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등 사실상 수사에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은밀하게 진행된 내사가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된 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너무 잘 아는 것도 이들을 침묵케 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총선 이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저울질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두 손에 사건을 올려놓고 총선 결과에 따라 첫 타깃을 취사선택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검찰은 총선 결과에 따라서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우선 새누리당이 당초 목표했던 180석을 확보할 경우부터 생각해보자. 현재로선 이 가능성에 베팅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 등 최악의 공천파동으로 인해 여권 내에선 개헌선인 180석은커녕 원내 과반의석인 150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통 지지자들조차 심각한 정치혐오를 느끼고 있어 투표장으로 이들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치혐오는 새누리당 지지자들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등 야당 지지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의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를 혐오하는 정서가 확산될 경우 투표장에서 멀어지는 것은 야당에 표를 찍는 젊은 유권자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총선에서 투표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새누리당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니 공천을 둘러싼 최악의 상황을 굳이 멈출 이유가 새누리당에겐 없다고 봐야 한다. 정치혐오가 더 팽배할수록 새누리당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실제로 총선에서 압승하게 되면 검찰로선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에 내놓은 각종 사정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명분은 우리 사회 구조적 비리를 타개하기 위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전문가직역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야권과 새누리당내 비박계,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을 향해 사정 시스템이 집중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다른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150석 이상을 차지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말기에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면 검찰 사정 칼날은 박 대통령 정적들을 향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며 공천전쟁 때 못지않게 유혈이 낭자한 ‘복수극’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급속화하면서 여권 내 권력투쟁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러면 검찰로선 더 이상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고, 별다른 부담 없이 그간 숨겨두었던 이빨을 드러낼 수 있다. 이 경우 수사 타깃은 청와대와 여권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주변 인물에서부터 새누리당내 친박계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수사 타깃이 된다는 얘기다.
특별수사단에서 검토한 일부 사건 중에서 전 정권뿐만 아니라 현 정부 관계자들이 두루 연루됐다는 말들이 무성한 만큼 이 사건들이 첫 타깃이 될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오히려 검찰 수사가 균형감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까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지난해 성완종리스트 수사 당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캠프 대선자금에 대해 들여다본 것도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검찰이 대선자금을 건드리면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실제로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된다면 지난 대선 당시 자금과 조직을 관리했던 사람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며 “이 수사는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언제라도 꺼낼 수 있는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