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13년부터 엔화를 무제한 푸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일본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지난 2월 일본은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바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다. 전에는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예금을 하면 0.1%의 이자를 받았는데 이제 반대로 0.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러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 0.3%에서 마이너스 0.4%로 더 낮추었다.
향후 많은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금리를 마이너스로 책정하면 민간은행들은 보유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대신 대출을 늘려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하자마자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머니마켓펀드(MMF)의 판매가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은행 주가가 폭락했다. 유럽연합도 독일 등 북유럽국가 은행들이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전통적인 경제정책 관점에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는 사람들이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저축을 하고 저축을 하면 부자가 되어 잘 살게 해야 한다. 또 저축을 투자로 흐르게 해서 기업들이 성장하여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순환에서 필수적인 것이 플러스 금리다. 금리가 플러스라야 사람들이 저축을 하여 재산을 늘리고 저축을 해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의 이러한 선순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는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심리적 불안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경제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 자금인출이나 해외 재산도피 등이 확산하면 경제는 불난 집에 석유를 끼얹는 것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우리 경제는 실물과 금융 양면이 동시에 통화전쟁의 타격을 받는 구조다. 실물 부문에서 지난 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어들어 사상 최장 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출이 급감하자 경기가 위축되고 소비절벽이 와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째 연속으로 빠져나가 총 유출 금액이 30조 원이 넘는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향후 국제 경제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맞불 작전을 펼 필요가 있다. 특히 외환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여 외국자본의 무분별한 유출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정책은 경제의 기본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어떤 형태의 통화전쟁이 일어나도 수출을 늘려 의연하게 일어설 수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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