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송혜교는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 원동력은 단연 ‘송송 커플’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처음부터 이들을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송중기 이전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에게 이 대본이 거쳐 갔다. 하지만 계속 불발되는 상황 속에 어느덧 군복무 중이던 송중기가 제대할 시점이 왔다. 병장 휴가를 나왔다가 이 대본을 받은 송중기는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고 ‘대박’을 냈다. 작품 고르는 선구안이 좋기로 유명한 송혜교 역시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소신 있게 <태양의 후예>를 선택했다.
‘태양의 후예’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진구. 사진제공=NEW
#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인데 왜 제작 난항이었을까?
김은숙 작가는 흥행보증수표다. <파리의 연인> 이후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온에어> 등 손대는 작품마다 승승장구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면 조건 없이 출연한다는 배우들이 줄을 섰을 정도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엄밀히 말해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이다. 재난 상황에서 활동하는 의료단체의 이야기였다.
김은숙 작가가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라지만 장르가 다른 작품에 대한 우려가 컸다. 게다가 사전 제작되는 작품인데 사전제작 드라마 가운데 성공작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이로 인해 <태양의 후예>는 당초 편성을 검토하던 SBS행이 불발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태양의 후예>은 결국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였다. 역시 대중은 열광했다.
#김지원은 5분 만에 캐스팅됐다?
진구는 <태양의 후예> 간단회에서 “윤 중위 역은 메간 폭스 같은 섹시한 배우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대본상 캐릭터는 30대로 설정됐고 섹시한 이미지를 가진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애초 캐릭터와 김지원은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캐스팅을 고민하던 김은숙 작가는 전작인 <상속자들>에서도 발군의 연기력을 뽐냈던 김지원을 떠올렸다. 제작사 측은 곧바로 김지원의 소속사로 전화를 걸었고 김은숙 작가는 소속사 대표를 바꿔달라고 한 후 “나를 믿고 출연시켜달라”고 했다. 소속사 대표의 전화를 받은 김지원 역시 주저 없이 “출연하겠다”고 밝히며 윤명주 중위 역이 채워졌다. 이 과정은 불과 5분 만에 진행됐다.
# 유시진은 군인이 아니라 의사였다?
앞서 언급했던 원안인 <국경없는 의사회>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의사들의 이야기다. 당연히 주인공 역시 의사였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라는 구원투수를 만나며 상황은 달라졌다. 대중의 원하는 것을 잘 아는 김 작가는 유시진을 직업을 군인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재난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유시진과 강모연이 사랑을 싹 틔우게 됐다. “의사면 남자친구 없겠어요, 바빠서”와 “군인이면 여자친구 없겠어요, 빡세서”라는 맛깔스러운 대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 “그럼 살려요!” 가장 웃기는 대사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태양의 후예>의 가장 강렬한 엔딩으로 3회를 꼽는다. 해외 VIP의 수술을 놓고 대치하는 장면에서 송중기는 “살릴 수 있다”는 송혜교에게 “그럼 살려요”라며 상대방에게 총구를 겨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이후 촬영장에서 유행어가 됐다. 출연진과 스태프가 “그럼 살려요”를 유행어처럼 썼기 때문. 일상의 우스운 상황 속에서 사용되며 촬영에 지친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후문이다.
송중기는 “3회 엔딩에 ‘그럼 살려요’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저도 대본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고민을 했었다. 유시진이 강모연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거는 느낌이었다”며 “촬영이 끝나고 나서 진구가 계속 따라하더라. 촬영장에서 ‘그럼 살려요’가 유행어였다“라고 전했다.
‘태양의 후예’ 스틸컷. 사진제공=NEW
# 천재지변이 촬영을 막았다?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가 전역한 직후인 5월 말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수많은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우려하던 시기였다. 결국 약 한 달간 촬영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해외 촬영을 위해 그리스에 갔을 때가 비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촬영 기간과 현지의 우기가 겹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촬영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이틀 내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한 컷도 찍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연 현상까지 고려하고 촬영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던 터라 모든 장면을 촬영한 후 귀국할 수 있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