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과 유해진, 주원 등이 소속된 심엔터테인먼트(심엔터)는 지난 3월 16일 중국 최대 규모의 미디어그룹인 화이브라더스의 자회사 화이앤조이엔터테인먼트 등 4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그 규모는 223억 원. 이로써 화이앤조이엔터테인먼트는 심엔터의 지분 30.4%를 획득하고 최대주주가 됐다.
심엔터의 새로운 주인인 화이앤조이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는 화이브라더스다. 시가총액이 6조 원에 이르는 곳으로, 중국에서는 영화를 기반으로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선점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화이브라더스가 심엔터와 손을 잡으면서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공략하는 콘텐츠의 제작은 물론 유통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엔터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최대 콘텐츠 제작사이자 배급과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화이브라더스와 한국 콘텐츠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엔터 소속 배우 김윤석. 사진출처=심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 콘텐츠 수입 넘어 중국의 직접 제작 투자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은 경쟁력 있는 한국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유통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5~6년 전부터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을 스카우트해 자국 분위기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온 중국 자본이 더 이상 ‘수입’만 하는 입장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 주체가 되려고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국내를 대표하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는 차이나 머니가 깊숙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그룹 엑소와 소녀시대 등이 소속한 SM엔터테인먼트(SM) 역시 그렇다. 지난해 중국 1위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SM과 중국 내 음악 사업 및 전자상거래 등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는 SM엔터 주식 87만 주를 355억 원에 매입해 지분 4%를 확보했다.
SM에 속한 엑소 등 인기 그룹은 중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움직이는 톱스타로 꼽힌다. 알리바바는 이들의 영향력을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해 더욱 다양하고 직접적인 사업을 진행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알리바바가 2014년 알리바바 뮤직그룹을 설립해 음악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번 SM 지분 인수는 음반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노하우가 상당한 한국의 전문 기업을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알리바바는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알리바바픽쳐스를 통해 한류스타 김수현이 주연한 영화 <리얼>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향후 <리얼>의 중국 개봉에 있어 배급권한 등도 함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중국으로 시선 돌린 국내 엔터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 유치’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차이나 머니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를 통한 중국 현지 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계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화이브라더스와 손잡은 심엔터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 제작을 넘어 향후 뮤지컬 제작과 유통업,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게임 제작 및 유통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SM 역시 알리바바의 투자 유치 이후 “합작을 시작으로 중국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현지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유재석과 설현이 속한 걸그룹 AOA가 몸담은 FNC엔터테인먼트(FNC엔터)도 비슷한 행보를 택해, 지난해 중국 최대 민영그룹 쑤닝 유니버셜 미디어로부터 33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전자제품 유통과 부동산개발, 전자상거래 등을 총괄하는 쑤닝그룹의 자회사인 이곳을 통해 FNC엔터는 중국 진출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김현주의 소속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도 차이나 머니를 유치하는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이제 중국 자본의 유입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워낙 큰 금액이 움직이다보니 차이나 머니는 국내 주식시장까지 들썩이게 한다. 최근 화제가 된 대표적인 종목은 심엔터다. 화이브라더스와의 계약 체결 이후 무려 100%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탄탄한 자금 확보와 함께 중국 진출을 위한 유리한 입지를 마련했다는 기대감의 반영이다.
업계에서는 차이나 머니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유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시장 확대에 따라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차이나 머니를 향한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단순 투자로 시작된 차이나 머니의 유입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영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