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남양주시갑 후보.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현 정부 고위인사?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다. 맞지만 지난 2년 동안, 저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남들이 겪을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쭉 겪었다. (목소리를 높이며) 뭐, 갑자기 축출됐고 상상도 못했던 구속영장까지…. 재판받는 동안 언론 노출도 많이 됐다. 어우, 정말 힘들었다. 모든 사람과 리모트(remote)해졌다. 다 저를 멀리했으니까….”
―굳이 ‘축출됐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손사래를 치며) 아이, 갑자기 나오지 말라고…, 무작정 나오지 말라고 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제가 무슨 전염병 환자도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그해 4월부터 그렇게 살았다. 이 정부가 끝나려면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야 했다. 4년을 이런 식으로 살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나.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우, 정말 힘들었다. 사람들과 단절이 됐다. 누군가를 만나자고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람과 어울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식당을 열었던 이유다.”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 초기,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하다가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하자 그만뒀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에 비선세력 영포회가 권력의 사유화를 꾀하면서 맞서다 잘렸다. 2009년 3월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하자 영포회가 ‘네가 모시던 국정원장이 날아갔으니 할복을 하라’”고 했다던데.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었다. ‘너한테 전하라고 하더라, 할복해라’고 제3자를 통해 전해 들었다. 정말 칼 들고 할복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는 거다. 권력의 사유화는 주로 ‘인사’였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쉰 뒤, 약 5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MB(이명박) 정부 때 인사,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권력이 사유화되면 위임받은 권한을 벗어난 거라고 봤다. 권한과 책임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당시엔 어떤 사람은 권한만 행사하고 어떤 사람은 책임만 졌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자신이 ‘괴물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묘사했는데.
“검찰이 저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그 뒤에 불구속 기소를 하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때 검찰은 제 ‘범행 동기’를 추정했다. 세상에…, 저도 모르는 범행동기를 추정을 하더라고. 정치적 야욕을 키우고 달성하기 위해서 박지만 회장을 이용했다고 했다. 정확한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런 뉘앙스였다. 일방적으로 질러버렸다. 종편 쪽은 평소 굉장히 정치적이고 야욕이 많은 사람처럼, 저를 묘사했다. 제 모든 행동 자체가 순수하지 않고 그 다음 단계를 위한 포석을 깔고 행동하는 사람처럼 방송했다. 또 시사 프로그램 패널들 불러서 하루 종일 저를 평가했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제가 굉장히 냉혈한이고. 권력 지향적이고 음험한 사람처럼. 이런 쪽으로 몰고 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남양주시갑 후보.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뭐가 가장 억울했나.
“당시 방송에서 ‘조 비서관이 7인회를 조직했다. 7인회는 BH(청와대) 내 반 VIP(대통령) 비밀 결사였다’고 했다. 환장하는 거죠…. (허탈한 표정 지으며) 애초부터, 제가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계속 몰고 갔다. 검찰 수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를 높이며) 저는 공무원으로 살면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서 우리나라가 부강해졌으면 했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던 사람을…. 그래서 괴물 같다고 표현했다. 대부분 저를 음험한 놈으로 생각해왔는데 막상 만난 사람들은 저를 보고 ‘오, 아니네’라고 한다.”
―자신을 영화 <내부자들>의 ‘손목 잘린 이병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제가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에 어떻게 됐습니까. 하아, 제가…. 전 일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전 일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그런 저를…. (약 5초간 침묵) 물론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사실을 가져와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재판을 걸고 또 출국금지를 2년 내내 걸어놓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찌라시에 나라가 흔들렸고, 문건의 내용은 허위”라고 말했다.
“뭐 여하간에, 일 열심히 한 죄가 그렇게 큰 건지, 또 아까 말씀드렸지만 사회적으로 제가 완전히 고립이 됐고 영화 <내부자들>을 볼 때, 저랑 이병헌 씨는 전혀 상관이 없었는데 ‘왜 자꾸 나랑 오버랩이 되지?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의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실제 박지만 회장과 친하지 않나.
“아니다. 그 문건이란 건 박지만 회장과는 무관하게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꾸 언론에서 나 퇴임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도대체 왜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좀 알아봐라’고 해서 작성됐다. 저는 그 문건을 박지만 회장에게 준 적이 없다. 박지만 회장과의 연관은 전혀 없다. 상급자가 지시해서 복명한 것뿐이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건의 신뢰성에 대해 ‘6할’이라고 했다. 6할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서 언급하면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 있다. 어쨌거나 그건 확정적인 보고가 아니고 동향 보고였다. 이 정도만 하겠다. 동향보고다.”
―박지만 회장, 요새 음식점에 오나.
“(손짓을 하며) 뭐 요즘은 제가 이쪽인데, 하하. 아이, 그분과 저는 인간적인 신뢰가 있으니까….”
조응천 ‘이제는 말할 수 있다’(2)로 이어짐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