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남양주시갑 후보.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제 삶의 질곡이 워낙 특이했다. 그 궤적을 보고 영입 제의가 왔다. 평소에 정치를 경멸하고 무시했다. 정치 현상들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이 여의도에 가면 점점 이상해졌다. 반대로 누군가는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야당은 정부·여당의 실정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국정이 엇나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 다음번에 집권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당권에만 몰두해서 싸우니까, 욕을 해왔다. 우리나라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1야당에서 제게 그런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다’고 몇 번 거절했다. 하지만 계속 거절할 대의명분이 점점 부족해졌다. 같은 생각을 추구하는데 안 한다고 하면…. 제 명분은 ‘그래 니 말 다 맞다. 그렇지만 나는 안 한다’ 이것밖에 없었다. 이런 대답을 몇 번 반복하면, 계속 안 된다고 하기가…. 여당이 먼저 제대로 갈 수 없다면 제1야당이 반듯하고 제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여당 역시 바르게 갈 수밖에 없다. 고뇌 끝에 결단했다.”
―남양주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지역 정가에서는 “연고도 없는 사람이 이곳에 왜 왔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민들이 볼 때 익숙지 않은 사람이 와서 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더민주에 영입된 사람들을 봤으면 좋겠다. 서울에 공천 받은 사람들 중 자기 집하고 주소지가 같은 곳에 간 사람이 있을까. 영입 인재는 결국 사람을 통해서 당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영입 인재를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는 당의 판단이다. 선거 전략과 지역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정당 생활을 계속 해오면서 이쪽하고 호흡을 같이 했던 분들도 있겠지만 중앙당은 총선 승리가 지상과제다. 인재를 영입한 순간부터 총선 승리를 위한 예비 인력풀을 딱 만들어 놓는 거다. 남양주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는데, 당 입장에서 보면 제가 올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민주가 저격수로 영입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로 너 뭐 있지? 이런 태도는 좀 프로답지 못하다. 애초부터 우리 당이 어떤 조건을 걸고 역할을 맡겼다면 저는 아주 편했다. ‘웃기지 마라. 나, 안 해’ 이러면 됐다. 그런데 조건 없이 제안을 해서 환장을 했다. 저는 누군가를 저격하러 오지 않았다. 야당은 집권 경험이 짧기 때문에 집권 뒤 당장 써먹을 사람이 없다. 전부 꿔 와야 한다. 경제든 통일이든 다른 진영 또는 중립 진영에 있는 사람들을 영입해야 해서 인재풀 자체가 굉장히 좁다. 수권정당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저는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4개의 정부 핵심 포지션에서 국정 참여를 해왔다. 많은 경험과 능력이 있다. 더민주가 저를 필요로 했던 이유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남양주시갑 후보.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비례대표 명부 논란에 이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사퇴 파동 등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더민주는 총선 승리라는 당면 과제가 있다. 절차적 정당성과 당내 민주주의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어긋나는 수도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둔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제가 더민주 중앙위원이다. 처음 제가 놀랐던 점은 비례대표 명부에 ABC 칸막이 벽을 쳤던 것이다. 당시 저도 중앙위에 참석을 했다. 비례대표 명부에 칸막이가 쳐져있으니 다들 발언 기회를 달라고 손을 들었다.”
지난 3월 20일 더민주 비대위는 비례대표 후보군을 상위 1~10위인 A그룹, 11~20위인 B그룹, 21~43위인 C그룹, 3개 그룹으로 칸막이를 친 뒤 각 그룹 내에서 투표로 순위를 정하는 방안을 중앙위에 제시했지만 중앙위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앙위원들이 반발한 것 아닌가.
“반발이 아니고…. 반발이라고 하면 안 된다. 결론이 난 뒤 ‘에이!’라고 해야 반발이다. 중앙위는 비례대표 명부 확정을 절차적 정당성과 당헌·당규에 부합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당헌·당규에 ABC 벽은 부합되지 않는다. 결국 관철해서 ABC를 없앴다. 결론적으로 당헌·당규대로 됐다. 처음에 비대위에서 나온 안이 당헌·당규에 맞지 않았다. 중앙위에서 결국은 그걸 당헌·당규에 맞게 만들어냈다. 진통의 과정이 하루이틀 걸렸다. 그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고 감정적인 발언들이 오간 것에 불과하다. 건전한 당내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게 가능했겠나. 달리 말씀 안 드려도…. 그 정도면 건전하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