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아무개 씨(27)는 지난해 8월 맞벌이를 위해 당시 18개월 된 딸 A 양을 집근처인 서울 강동구 소재 어린이집에 맡겼다.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아리에 든 피멍과 팔에 이빨로 물린 상처를 발견했다. 한 달 뒤에도 팔에 피멍이 들어 와 어린이집에 문의를 하니 A 양이 친구인 B 양과 놀다가 맞은 것이라는 답변을 듣는 데 그쳤다. 신 씨는 “어린이집에서는 몸에 생긴 상처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애를 못 맡긴다고 면박을 줬다“며 ”아이 엄마한테 주의를 요청해도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지도 않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3월이 돼서도 딸의 종아리 등 신체 부위에서 상처와 멍이 발견돼 분통을 터뜨리던 와중 신 씨는 CCTV 열람을 위해 지난 16일 어린이집을 찾았다. B 양이 A 양을 때리는 걸 의심해 어린이집에 찾아가 열람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더욱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교사가 B 양에게 다가와 B 양의 얼굴을 다짜고짜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서울 강동구 소재 문제의 어린이집 CCTV 영상 화면.
신 씨는 “교사들은 CCTV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실랑이를 하다가 원장이 마음껏 보라고 해 같이 봤다. 폭행 장면이 나올 때에는 대표 원장도 놀라는 모습을 보였는데 폭행에 대해 전혀 몰랐던 눈치였다”며 “다른 아이가 맞고 있는 것을 봤는데 내 아이도 저렇게 맞고 있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 걱정이 더 커졌고 다른 엄마들과 때린 교사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CCTV를 열람한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B 양의 엄마에게 연락해 CCTV 내용을 알렸지만 이후 B 양의 엄마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B 양의 엄마에게 양해를 구해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유사 폭행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B 양의 폭행을 경찰에 알렸고 경찰에서는 CCTV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자가 어린이집에 찾아가보니 해당 교사는 휴가를 가고 없었고 그 사이에 고용된 대체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신 씨는 경찰서에 가서도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때린 장면들이 연달아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신 씨에 따르면 또 다른 교사가 아이들이 급식을 먹을 때 국에 밥과 반찬을 말게 해 먹이고 이를 먹지 않을 경우에는 턱을 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바닥에 음식물을 흘릴 경우에는 손으로 쓸어 담아 다시 식판에 넣어 떠먹이는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인 신 아무개 씨(36)는 “아이가 집에서 국에 밥과 반찬을 모두 말아 먹거나 이를 마셔버려서 혼을 냈었는데 CCTV를 보니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겠다”며 “심리치료를 받을 때 친구가 선생님한테 맞는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는데 이후 아이가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폭행 증언도 속속들이 나왔다. 이들은 산책 시간에 실외로 나온 아이들 중 한 명이 넘어졌는데 교사가 아이를 일으켜 세운 뒤 뺨을 때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은 “B 양이 원래 친구들을 자주 때려 훈육을 하던 중이었다. 화면상으로는 때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굴을 만지고 있었던 것뿐“이라며 ”평소에 교사와 아이가 친해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다. 국에 반찬과 밥을 말아 먹이는 것은 아이들이 좋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집을 오랫동안 운영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이번 일로 아이들이 많이 나가고 교사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평소에 교사들이 아이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CCTV 화면만으로 때렸다고 판단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어린이집 CCTV 꺼놔도 과태료 고작 50만원?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CCTV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다수 부모들이 열람을 요청하는 절차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보호자는 자녀 또는 보호아동이 아동학대, 안전사고 등으로부터 정신적 피해 또는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 CCTV를 설치, 관리하는 자에게 영상정보 열람요청서나 의사소견서를 제출해 영상정보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CCTV를 설치 및 관리하는 자는 대부분 어린이집의 원장이다. 열람을 원하는 부모가 본인의 인적사항과 열람을 원하는 사유에 대해 기재한 후 제출하면 원장이나 교사는 열람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열람 장소와 시간을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 요청하는 영상정보가 보관기간이 지나 파기되는 경우에는 열람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열람정보의 보관기간은 60일이다. 시행령 20조에 따라 60일 이상 보관하고 있는 영상정보는 삭제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CCTV 영상정보를 보관하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 5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의 경우 과태료가 감량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의로 전원을 빼놨든, 고장을 냈든 과태료는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 지적되기도 한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