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1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2%를 1조 8743억 원에 인수했다. 이 중 1조 1199억 원은 현금, 나머지 7544억 원은 카카오 자사신주를 발행해 지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4000억 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가운데 3200억 원을 지출했고 나머지 8000억 원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 6개월에 연 2.36%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6개월간 빌렸다. 즉 회사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만 남았을 뿐 당장 큰돈이 없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데 빌린 돈 8000억 원은 당장 9월 14일까지 갚아야 한다. 일단 2000억 원은 3~5년 만기 회사채를 11일 발행해 갚을 방침이다. 나머지 6000억 원도 이처럼 채권을 발행해 조달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이자 부담이다. 현재 카카오의 신용도로 연 2.4% 정도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8000억 원이면 연간 이자는 190억~200억 원이다.
카카오와 로엔의 순이익은 약 1500억 원. 이자비용만 200억 원이면 결코 작지 않다. 게다가 올해 이익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어둡다. 현재 카카오의 주력사업인 광고매출은 올 들어 부진하다. 온라인 광고시장 상황이 시원치 않아서다. 게임부문도 주력 ‘프렌즈 팝’이 부진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한국금융지주와 합작으로 설립할 카카오뱅크에도 1500억 원을 넣어야 한다.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또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상하는 방안이 전환사채(CB)다. CB는 약속된 기한 후에 빌린 돈을 이자를 붙여 갚거나 회사 주식으로 대신 갚을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발행 회사 입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빚을 갚을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빌린 돈을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 주가가 충분히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이 때문에 CB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함께 보통 돈이 급한 기업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차입 방법이다.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도 BW를 발행했다.
카카오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CB 발행한도를 2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늘렸다. 5000억 원이면 로엔 인수대금은 갚을 수 있는 액수다. 관건은 주가다. 2014년 8월 18만 원이 넘었던 카카오 주가는 최근 10만 원이 위협받을 정도까지 하락했다. M&A 등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따라 주가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현재도 카카오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지 않다. 유안타증권 이창영 연구원은 “2015년 실적 기준 카카오의 주당수익비율(PER)은 약 88배며 올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하면 90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경쟁업체인 네이버의 PER이 2015년 기준 40배, 올 추정치 기준 28배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프리미엄이다.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이유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대리운전, 퀵서비스, 미용, 마사지 등을 카카오와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프라인 사업체들을 카카오의 플랫폼에 편입시켜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다.
유진증권 정호윤 연구원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시장의 독점 여부가 사업의 성장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며 “경쟁자의 존재는 플랫폼 파워의 약화로 이어지며 필연적으로 어느 한 사업자가 사라질 때까지 치킨게임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사가 모두 수수료를 0%로 내렸고 국내보다 O2O 서비스가 훨씬 발달한 중국에서도 택시 앱들과, 음악예약서비스 앱들이 잇달아 합병했다. 경쟁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O2O 사업이 가치를 창출하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익명의 펀드매니저는 “오프라인 사업체들이 카카오에 내는 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가격으로 전가되느냐,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를 감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아울러 개인마다 만족도가 다른 ‘단골화’된 미용이나 마사지 등을 굳이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이용할지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무적투자자(FI)의 주식 매도 가능성에 따른 물량 부담도 주가에는 부정적인 변수다. 현재 발행주식의 약 8.4%는 애초 로엔의 대주주였던 사모펀드 스타인베스트홀딩스(SIH) 소유다. SIH가 로엔 지분을 팔고 대신 카카오 주식을 받을 때 가격은 주당 10만 9121원이다. 1년간 보호예수되지만, 1년 후 주가가 더 오르면 SIH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 수 있다. 무려 8% 지분을 가진 대주주의 차익실현이 나올 경우 물량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로엔 지분 일부를 매각해 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의 로엔 지분은 75%에 달한다. 로엔의 시가총액이 2조 원임을 감안할 때, 단순계산하면 지분율을 경영행사에 무리가 없는 50%로만 줄여도 약 5000억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할 때 주가는 주당 9만 7000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면 주당 7만 8000원이다. 일부 지분 매각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로엔 주가는 주당 8만 원선. 판다면 주당 2만 원 가까이 손해를 봐야 한다.
최근 음원 가격 인상으로 로엔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주가도 현재보다 훨씬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필요하다고 지분을 팔기는 아까울 수도 있다. 김범수 의장이 이런 ‘보이지 않는 위협’을 어떻게 돌파해낼지 주목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