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본사. 일요신문DB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쉽게 말해 ‘경매호가식 입찰’을 말한다. 즉,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 측이 본입찰에서 일정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통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붙인 후 최종 낙찰자와 인수-피인수 거래를 하는 것이다.
매각 측은 본입찰 후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별 접촉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과 거래를 한다. 최종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가격 제한이 없어 매각 가격이 높아진다.
지난 2014년 KB금융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지난해 롯데의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B금융은 6450억 원에 LIG손해보험을 인수했으며 롯데는 7000억 원대로 평가받던 KT렌탈을 1조 200억 원에 잡았다. 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무려 7조 2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세 가지 사례 모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딜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프로그레시브 딜을 아무 때나, 혹은 아무 매물에나 적용할 수는 없다. 해당 매물이 꼭 인수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인수 기업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매물을 제시하면서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해봐야 효과는 없다.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가 지상과제로 삼은 KB금융으로서는 LIG손보 인수가 절실했다. 롯데 역시 계열사인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커져가는 렌터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KT렌탈이 필요했다.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매각으로 큰 수익을 기대했다.
인수 후 이들 기업은 현재 해당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KB손보는 손해보험시장 ‘빅4’ 중 한 곳으로 분류돼 업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롯데렌탈은 렌터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본입찰 때 인수 후보 기업들이 써낸 가격이 매각 측이 기대하는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한다. 재계 관계자는 “파는 쪽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매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사겠다는 쪽이 제시한 가격이 기대보다 낮을 경우 개별 협상을 통해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기도 한다”며 “파는 쪽에선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고 사는 쪽에선 꼭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딜의 경우 매각 원칙이 흔들릴 수 있고 매각 진행 과정이 불투명해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현대증권 매각이 의심을 산 이유 중 하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