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DS(반도체), IM(스마트폰), CE(일반가전)의 세 부문으로 나눠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DS부문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IM부문은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그리고 CE부문은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맡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DS와 IM부문은 단연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연봉킹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업계 연봉 2위는 47억 9900만 원을 기록한 신종균 사장이 차지했다. 권 부회장과는 100억 원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1년 전에는 두 사람의 위치가 정반대였다. 145억 7200만 원으로 신 사장이 연봉킹에 올랐던 것. 권 부회장은 93억 8800만 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다시 2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근소한 차이로 권 부회장이 1위, 신 사장이 2위였다. 업계 연봉킹 자리를 두고 두 사람이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의 업황 및 실적에 따라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호조세를 보였고, 삼성전자 DS부문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반면 IM부문은 굳건한 애플과 맹추격하는 중국 업체들 탓에 다소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2014년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업황에 따라 연봉킹이 달라진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그러나 단순히 업황과 그에 따른 실적만으로 두 사람의 연봉이 결정된다는 분석은 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업무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운 좋게도 시장상황이 좋아서 높은 실적을 올렸다고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업황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도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 감소를 보였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권 부회장과 신 사장의 희비가 1년 만에 극명하게 엇갈린 것에 대해 삼성의 철저한 ‘성과보상주의’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시된 두 사람의 보수총액 항목 중 기타근로소득이 바로 삼성식 성과주의를 보여주는 지표다.
앞서의 재계 인사는 “기타근로소득에는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의료비, 교육비 등 후생복지와 관련된 혜택과 ‘일회성’ 인센티브 등이 있다”며 “기타 근로소득으로 분류되는 인센티브는 쉽게 말해 보너스와 같은 것이다. 이는 가시적인 성과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 업적 등을 내부적으로 평가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봉킹 자리를 내준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지난해 신 사장이 1700만 원이란 충격적인(?) 기타근로소득을 기록한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했기 때문은 아니란 뜻이다. 지난 3월 1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은 애플과의 법적 분쟁, IM부문의 저조한 실적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 사장의 재선임안 표결에 반대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권 부회장이 신 사장에게 연봉킹 자리를 내줬을 때, “사실상 권 부회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왕좌에 복귀하며 그러한 논란을 불식시킨 셈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과 신 사장을 라이벌 내지 경쟁 구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권 부회장은 선배로서 신 사장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나선 권 부회장은 신 사장 책임론에 대해 신 사장을 적극 옹호했다.
한편 정확한 보수총액 산정 방식을 알기 위해 삼성 측에 문의했으나, 삼성 관계자는 “임원 보수에 관한 사항은 개인의 이슈이기 때문에 공시된 내용 이외에 회사가 더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