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며 KB금융이 삼수 만에 대형 증권사 인수에 성공했다. 일요신문DB
당사자도, 지켜보는 이도 모두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인수전이었다. 지난해 한 차례 인수가 무산된 현대증권으로서도 이번엔 반드시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현대증권 인수전이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의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인수의향서 접수 전에 사모펀드 LK파트너스를 통한 미래에셋 참여설이 불거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다. 또 입찰 마감 이후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액티스가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을 긴장시켰다. 액티스가 NH투자증권과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펀딩을 받아 최고가 인수금액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실제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두 번이나 연기되며, 액티스가 최고가를 써내 매각 주관사인 EY한영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렇듯 현대증권 인수전은 인수의향서 접수 단계부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까지 수많은 ‘설’을 양산했다.
결국 최종 승자는 KB금융으로 귀결되면서 뜨거웠던 인수전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현대증권 매각금액이 7000억 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KB금융은 1조 원이 넘는 인수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에 임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로 리딩 금융그룹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진출처=KB금융 홈페이지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현 저축은행중앙회장)은 “KB금융은 전통적으로 리테일 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증권사가 더 이상 예전처럼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IB부문 등에서 KB와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인수로 더 큰 금융지주사로 거듭나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영능력에 대해서 “초기에는 다소 부침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KB의 경영능력 부족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종규 회장도 “증권부문 강화, 시너지 확대를 통한 리딩 금융그룹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로써 아시아금융을 선도하는 ‘KB의 100년 대계’를 위한 초석을 더욱 굳게 다지게 됐다”고 자신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