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990년 9월 합헌과 위헌 의견 6 대 3에서부터 시작했다. 이어 1993년 3월 6 대 3, 2001년 10월 8 대 1로 계속해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2008년 10월 30일에는 재판관 4명이 위헌 의견을, 1명이 헌법불합치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다 급기야 지난해 2월 드디어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2명이 합헌 의견을 내놓으면서 간통죄는 폐지됐다.
지난주 합헌 결정이 내려진 성매매처벌법도 앞으로 간통죄와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종국에는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간통죄는 위헌심판대에 처음 올려진 지 25년 만에 폐지됐지만, 우리 사회 여론이나 시대정신 등을 감안하면 성매매처벌법은 어쩌면 더 빨리 사라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은 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여론재판의 성격이 더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판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 같은 판단을 가능케 하는 것은 조용호·강일원·김이수 재판관이 내놓은 소수의견 때문이다. 이들은 소수의견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특히 성매매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는 조용호 재판관의 지적은 성매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 교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 재판관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성매매는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개인윤리 차원에서 비난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규범에 의한 제재·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다”면서 “특히 성을 파는 여성들은 뭇사람들의 사회적 멸시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성매매가 사라진 적은 없으며 오히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는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용인하거나 국가가 이를 장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그러한 역사적 사실이 곧바로 성매매를 정당화하거나 전면 허용해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성매매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존속하리라고 예상되는 것은 우리 인류가 도덕적 소양, 윤리적 성찰이 부족하거나 성매매에 대한 제재나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성에 대한 인간의 본성에서 연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종족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하여 성행위를 한다”며 “성행위를 통해 얻는 즐거움에는 육체적인 쾌락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지만, 정서적 교감이나 감정적 이완, 심리적 만족감, 자기정체성의 확인 등 정신적 즐거움도 있다”고 역설했다.
또 “성행위를 통해 얻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되며, 상대방과 함께함으로써 긴밀하게 소통하거나 결속을 강화하게 된다”며 “성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 성적 욕구를 통해 다양한 이익과 행복을 추구해왔고 인간의 성은 개인의 일생을 통해 한 개인의 삶과 함께하고 한 개인을 그 사람답게 하는 특징을 보여주는 행동양식”이라고 했다.
따라서 “인간의 강한 성적 욕구 때문에 인류라는 종이 멸종되지 않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오늘날처럼 번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간 본성을 짚은 조 재판관은 ‘성매매의 본질’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도덕적 타락, 선택한 노동,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모순의 산물,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 등 어느 것으로 보던 모두 부분적인 진실을 갖고 있다”면서 “현실에 있어서는 성관계가 반드시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성매매라 해서 반드시 사랑이 매개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리고선 “역사적으로 인간의 사랑이 어떤 대가나 경제적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 처벌이나 제재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아무런 대가가 결부되지 않은 사랑이나 성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단순히 성관계에 돈이 게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백안시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성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편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매매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악이 되지 않고, 결혼이나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행위라 하여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아니다”며 “이미 성이 개방된 사회에서 성매매가 성도덕을 타락시킬 수 있다는 비난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가 성적 욕망이 해소되는 공간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에 따라 성매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항상 있어 온 것이고, 그런 연유로 성매매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성매매가 허용되어야 하는지, 규제되어야 하는지, 금지되거나 형사 처벌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의 차이와 상관없이, 나는 이 문제가 우리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며 “따라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하여 성매매의 본질을 고찰해본다면, 입법자는 그 수단이 열린 민주사회에서 타당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면서까지 성매매를 규율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 재판관의 ‘유려한’ 소수의견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헌재의 합헌 결정은 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여론재판의 성격이 더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 본다면 소수의견이 제시한 성적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고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이라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위헌 판단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 것 같고 소수의견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성매매는 이를 직업으로 하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우 성현아 씨나 유명 가수 등 연예인들도 이미 해외 원정 성매매 혐의로 잇따라 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혹한 여론재판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법원에서 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성 씨처럼 무죄가 선고돼 명예회복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그가 받은 상처와 고통까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이미 법조계 내에선 “이런 사건들까지 기소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성 씨의 경우에도 검찰이 약식기소를 하니 성 씨가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해서 결국 무죄가 확정되지 않았느냐”며 “당시 대법원 판단에 따라 생각해보면 결국 ‘진지한 교제’까지도 성매매라고 판단하고 처벌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성매매처벌법을 난센스라고 할 만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혼빙간음죄나 간통죄에 이어 성매매처벌법까지 폐지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결국 이 법의 존폐 여부는 헌재가 아니라 여론이 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