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나인브릿지클래식은 지난 4년간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자 골프 축제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올봄 주최 신문사가 망하고 4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CJ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5년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인 올해 대회가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대회 하나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고 없어지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한국 골프계의 위상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한다. 미LPGA 공식 일정에 잡혀 있는 한국 대회가 열리지 못하게 되면 한국 골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게 된다. 여자 골프에 관한 한 미국 언론도 화제를 다룰 만큼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미LPGA를 주름잡는 20여 명의 한국 선수들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국 돌풍 탓에 한국 직원을 둘이나 둔 미LPGA 사무국도 ‘대회 무산’을 꽤나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는 나중에 다시 미LPGA대회를 한국에 개최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물론 한국 기업이 스폰서를 맡은 삼성월드챔피언십과 SBS오픈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열린다.
LPGA대회는 타이 보토 전 커미셔너의 의욕적인 ‘인터내셔널 전략’에 따라 이미 ‘탈미국’에 성공, 세계인의 투어가 됐다. 미국 본토와 하와이 외에 영국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일본 태국에서 열린다. 모두 여자 골프에 관한 한 한국보다 한참 아래인 나라들이다. 한국 대회가 없어지면 그만큼 자존심이 뭉개지는 것이다. 또 국내 톱랭커들이 미LPGA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강자들과 맞대결을 펼치며 세계 제패의 꿈을 미리 시험해 보는 기회도 사라진다.
위기를 기회로 되살린 주인공은 (주)세마스포츠의 이성환 대표다. 지난해 주최 신문사가 LC(신용장)를 열지 못했을 때 이 작은 스포츠 매니지먼트사가 이를 대신했다. 그리고 잘못하면 100만 달러 가까운 돈을 날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올해 한국 대회를 연다고 미LPGA에 약속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이 대표는 최근 모 은행과 모 기업으로부터 한국 유일의 미LPGA대회가 열리도록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말이 쉽지 골프계를 아는 사람들도 이 대표의 노력과 그 성과에 놀라고 있다. 유력한 언론사도 대기업도 아닌 일개 스포츠 매니지먼트사가 한국 여자 골프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CJ나인브릿지의 후속 대회(아직 대회명은 미정)는 오는 10월 27∼29일 경주의 마우나오션CC에서 열린다. CJ나인브릿지클래식의 탄생과 영화, 그리고 그 종말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사람(4년간 대회 공식홍보위원)으로 독자들이 이 낭보를 정말이지 기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뉴시스 체육팀장 einer66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