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전사령부 출신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를 벌여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특전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특공무술 시범행사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수법은 일반적인 보험사기와 비슷했다.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해 거짓 사고를 내거나 의료 서류를 조작한 뒤 보험금을 받는 방식이다. 특전사 출신인 황 아무개 씨(27)는 전역 후 GA를 설립했다. GA란 보험사를 대신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또한 보험사는 GA로부터 의뢰를 받아 보험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오더 메이드 보험이라고 한다.
황 씨는 2013년부터 특전사들을 상대로 보험판매를 시작했다. 이들이 가입한 보험은 건강보험이나 상해보험 등 장해진단비를 받을 수 있는 보험이었다. 이들은 브로커까지 동원해 조직적인 보험사기를 벌였다. 브로커들 역시 대부분 특전사 출신이었다. 브로커는 10~12개월가량 보험료를 납입한 특전사들을 대상으로 거짓 장해진단서를 발급받도록 유도했다.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과 의원 역시 이들과 한통속이었다. 주로 보험 가입 전의 장해를 가입 후로 속이거나 다친 정도를 과장했다. 이렇게 개인당 적게는 2000만 원 많게는 6000만 원까지 보험금을 타갔다. 또한 황 씨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사를 상대로 장해에 유리한 오더 메이드 보험을 요구했다. 보험사는 수천 건의 보험가입을 시켜주는 황 씨의 의견을 따라갔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보험사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형 보험사들이다. 이들은 회사 내에 보험사기 전담조직(SIU)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번에 붙잡힌 보험사기 일당도 SIU 덕분이었다. 한 보험사의 SIU는 지난해 말 장해진단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많아 수상히 여겼다. 지역도 부산에 집중돼 있었으며 보험금이 1000만~2000만 원으로 비교적 소액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또한 수령자의 상당수가 직업이 특전사인 부분도 집중했다. 해당 보험사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를 통해 관련 보험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병원과 설계사들이 연결됐다. IFAS는 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 및 사고정보 등을 입수하고 보험사기 용의자를 추출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병원사무장과 보험설계사가 공모해 18억 원에 달하는 보험사기를 잡아낸 것도 IFAS였다. 금감원은 관련 내용을 부산지방경찰청에 넘겼다.
부산경찰청은 건네받은 용의자 리스트를 토대로 수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부산경찰청에 입건된 인원만 100명이 넘었다. 한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역시 같은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창구가 두 곳이라 혼란이 온다는 지적에 지난 3월 31일부터는 부산경찰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넘겨받고 단독으로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원은 852명이다.
보험서류는 진단서 원본과 의사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등 허점이 많이 보였다. 병원 진료기록과 보험금 청구 서류에 적힌 병명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경찰과 금감원이 늑장수사를 벌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허점이 많은 보험사기를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보험사가 신고를 하자 그제야 수사를 벌였다는 것.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사기는 피해자가 제보나 고소를 하면 수사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피해자인 보험회사가 먼저 신고를 했고 우리는 발 빠르게 조사했는데 금감원에 책임이 있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특전사 보험사기와 관련 늑장수사라는 비판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요신문DB
경찰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규모를 추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대상자가 1000명을 넘어선다고 보도했으나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사대상 852명 외에 다른 용의자는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선 대충이라도 규모를 알기 힘들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자를 한 명 한 명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 부산경찰청이 밝힌 피해액만 200억 원이 넘어 역대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를 기록할 전망이다. 흔히 알려진 최악의 보험사기는 지난 2011년 적발된 태백시 보험사기다. 당시 태백시에서는 400명 이상이 약 150억 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벌였다.
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충격에 빠져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보험사기 사건이 특전사의 비리처럼 보도돼 군의 대국민 신뢰와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군대에서 어떻게 이런 조직적인 행동이 가능했을까.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사실 군인에 의한 보험사기는 꽤 있어왔다”며 “특히 군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에 대한 조사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오랫동안 군인으로 지내온 사람은 몸에 질병이 한두 개쯤 있어서 사기도 더 쉽다”며 “군인들은 뭉치는 성격이 강해 누군가 한 번 제안하면 다들 잘 따라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의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 의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금감원에서도 군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더 강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기업 보험회사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공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이번 사건도 우체국보험이 제일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