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연예인 성매매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단연 성현아다. 2013년 검찰 수사를 통해 약식기소된 뒤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한 성현아는 1, 2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아 ‘성매매 연예인’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이끌어 내면서 힘겹게 오명을 벗었다.
이처럼 성현아는 대법원까지 가서 성매매의 오명을 벗었지만 상대 남성이던 성매수남 C 씨와 브로커 강 아무개 씨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다시 말해 성현아는 성매매를 한 게 아닌데 어떻게 C 씨는 성매매를 한 것으로 된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설령 C 씨에게는 피고인과 결혼이나 이를 전제로 한 교제를 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진지한 교제를 염두에 두고 C 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결국 C 씨는 성매매 의도를 갖고 성현아를 만났을지라도 성현아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대법원에서 성매매 무죄 판결을 받은 성현아.
이를 두고 연예관계자들은 C 씨가 여전히 잘나가는 유명 사업가였다면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한다. 성현아와 관계를 가질 당시 만큼 막강한 파워를 갖춘 성매수남이었다면 수사가 난항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것.
최근 브로커 강 씨는 또 한 번 연예인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번에 연루된 성매수남은 두 명이다. 이에 대해 한 연예관계자는 “둘 다 돈은 많은 사람들이나 막강한 파워까지 갖춘 사람은 아닌 것 같다”라며 “요즘 연예인 성매매는 그 영역이 확대돼 연예계 언저리에 있는 신인이나 무명이 돈만 많은 성매수남과 연결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런 사례까지 연예인 성매매로 볼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강 씨 자체가 성현아 사건으로 유명인사가 된 데다 유명 여가수도 한 명 연루돼 화제를 양산했지만 성매수남이나 다른 연루 여성들을 보면 연예계 본류에서 벌어진 사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연예계 데뷔 기회 자체가 제한적인 시절이라 요즘처럼 반짝 활동하고 사라지는 연예인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연예인 성매매에서 성매수남이라고 알려진 이들도 하나같이 엄청난 재력과 파워를 겸비한 인물들이었다.
검찰이 연예계 성매매의 본류에 가장 접근했던 것은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다. PR비 등 연예계 비리에 대한 수사로 시작돼 점차 연예인 성매매로 영역이 확산됐다. 검찰이 중간 브리핑에서 연예인 성매매로 수사를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검찰 분위기가 확신에 차 있었던 만큼 뭔가 수사 성과가 기대됐다.
그렇지만 갑자기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규헌 변호사(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는 지난 2009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화제가 되자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내내 유무형의 외압이 엄청나게 많다가 갑자기 충북 충주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이로 인해 성상납 수사도 모두 중단됐다”고 말했다.
당시 성매수남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이들은 어떤 인물들일까. 2002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서울지검 국감에서 “서울지검 김규헌 전 강력부장이 충주지청장으로 좌천된 이유를 알아보니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검찰 간부를 통해 인사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2년 당시에는 이 부분에 대해 침묵했던 김 변호사는 2009년이 돼서야 “전·현직 의원들과 관계의 유력인사들이 여럿 거론된 건 사실”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02년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고 14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연예계 성매매의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브로커 강 씨 사건처럼 재력은 갖췄지만 권력 등 파워까지는 갖추지 못한 성매수남이 스타급이 아닌 여자 연예인과 만남을 갖는 형태의 연예인 성매매만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타급 여자 연예인과 재력과 힘을 모두 갖춘 막강한 성매수남의 연예인 성매매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일까.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