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차량을 개조해 만든 강훈식 후보 선거유세차.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읍소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6일 대구지역 후보들이 무릎 꿇고 사죄한 데 이어 7일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이 새누리당 당사에서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피켓을 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등 공동 선대위원장들이 여의도 당사에서 ‘비빔밥’ 회동을 했다. 공천을 놓고 반목했던 친박과 비박이 앞으론 비빔밥처럼 잘 섞이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선거철에만 나오는 쇼’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북구갑에 출마한 무소속 권은희 후보는 “대구시민을 모욕하고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새누리당의 진정성 없는 읍소”라면서 “원칙 없는 공천으로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도 모자라 이제 진정성 없는 읍소 전략으로 유권자까지 모욕하는 여당의 후안무치함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도 읍소 전략이다. 김 후보는 ‘김문수, 종아리 걷겠습니다’, ‘새누리당 오만했습니다. 사죄 드립니다’ 등의 피켓을 뒤에 두고 사죄의 절 100배를 했다. 이어 김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오만에 빠져 국민에게 상처를 드렸다. 김문수부터 종아리 걷겠다. 회초리 맞겠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도 같은 전략이다. 지난 7일 손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의 딸을 살려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8일 사상구 구의원 6명은 ‘손수조를 지켜주십시오’, ‘새누리당을 살려주십시오’ 등의 피켓을 들고 손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삼보일배를 실시했다.
새누리당의 읍소전략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한 번 무릎꿇고 읍소한다고 해서 표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며 “결국 쇼가 아닌 진정성을 담아낸 쪽이 이기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의 읍소전략을 쇼한다고 욕하기만 할 것이 아니다. 호남에 가서 읍소조차 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도 문제다. 해야 한다면 쇼가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정 사상구 후보 현수막. 말하는 투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아산을 후보는 유세차량을 바꿔 입소문이 났다. 일반적으로 유세차는 1톤 트럭을 개조해 만든다. 강 후보는 SUV차량을 개조해 유세차로 만들었다. 강 후보 측은 달라진 유세차량의 강점으로 소통이 강화된 점을 꼽는다. 강 후보 측은 “1톤 트럭보다 차체가 낮아져 돌아다니면서 길에 계신 분들과 연설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차 속도를 늦춰 인사를 하면 대부분 답을 해주신다”고 전했다.
안양 동안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석현 더민주 후보는 자신보다 유세단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더굿맨 유세단’의 춤을 찍어 올린 영상이 3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이 아무개 씨가 “저 친구들은 그냥 신이 난듯. 흥에 취함”이라며 올린 영상에는 지나가던 시민들이 유세단의 막춤을 추는 모습을 구경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서울 은평을 고연호 후보가 포클레인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고연호 은평을 후보 페이스북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고연호 국민의당 후보는 포클레인 위에서 선거 유세를 해 유명세를 탔다. 고 후보가 포클레인 유세 장면을 페이스북에 공개하자 “대단한 장면이다. 이렇게 멋진 유세는 처음일 것”이라며 응원의 댓글도 달렸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고 후보를 보호하는 안전장비가 전혀 없어 위험해 보인다며 “너무 과해 위험해 보인다”,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선거유세에 함거를 동원해 눈길을 끈다. 사진=정운천 전주을 새누리당 후보
여당 험지인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유세차에 조선시대 죄인을 실어 나르던 함거를 싣고 다녀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는 지난 2011년에도 LH 전북 일괄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LH는 경남 진주 이전으로 결정났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에 정 후보는 함거에 들어가 전북 도민에게 사죄한 바 있다. 이번 ‘함거 유세’도 2011년에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