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공정위가 집계한 대성그룹 연매출(2014년)은 4조 8790억 원,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310억 원이다. 이는 2년 전 경영실적과 비교해 전체 볼륨이 줄어든 것이다. 대성그룹은 당시 연매출 5조 4390억 원, 당기순이익 30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대성그룹(대성산업)은 용인 기흥역세권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세운상가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상환 압박에 시달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인 대성산업은 2012년 디큐브오피스와 가산디폴리스아파트형 공장을 팔고, 디큐브호텔 등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해에는 신도림 디큐브백화점, 용인 기흥역세권 개발 부지의 소유권을 넘겨 재무 건전성을 제고했다.
비록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지만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대성그룹의 재계순위(공기업 포함)는 자산총액 기준 57위였다. 주력사업 분야는 민간기업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다. 창업주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1960년대 연탄 사업에 성공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대성그룹은 성장 과정에서 박정희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정부는 대대적인 녹화사업과 함께 무분별한 벌목을 금지했다. 그 결과 민간 에너지원은 차츰 나무에서 연탄으로 전환됐다. 1961년 탄광을 인수한 김 명예회장은 정부로부터 LPG가스와 석유 판매권을 잇달아 따냈다. 이후 대성그룹은 기계, 자동차 부품, 산업 기초소재 생산 부문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김 명예회장의 딸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친의 빚을 갚았다.
대구 출신인 김 명예회장은 같은 대구 출신인 고 여귀옥 여사와 1942년 결혼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여 여사는 영락교회 권사를 지냈다. 이들은 슬하에 4남 3녀를 뒀는데 이 중 4남인 김영철은 1973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세 형제는 2001년 김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가업을 물려받았다. 선친의 유언대로 대성산업(대성합동지주)은 장남 김영대 회장이, 서울도시가스(SCG)는 차남 김영민 회장이 경영권을 받았다. 삼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 회사를 물려받아 대성홀딩스를 차렸다. 사진은 대성그룹 소유 지분도
남은 세 형제는 2001년 김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가업을 물려받았다. 선친의 유언대로 대성산업(대성합동지주)은 장남 김영대 회장이, 서울도시가스(SCG)는 차남 김영민 회장이 경영권을 받았다. 삼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 회사를 물려받아 대성홀딩스를 차렸다.
이들은 지분구조상 대성그룹이라는 울타리에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독립된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비중은 5.5~5.8% 안팎으로 크지 않다. 특히 이들 형제는 2000년대 초중반 부모의 유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골육상쟁’을 겪었다. 장남과 삼남은 ‘대성홀딩스’란 사명을 놓고 최근까지 법정공방을 벌였다.
장남 김영대 회장은 대성그룹의 정통성을 자신이 물려받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친이 일궜던 대성그룹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개발 실패와 지지부진한 해외자원 개발이 뼈아팠다. 2010년 상장 당시 10만 원대였던 주가는 4월 8일 종가 기준 3240원대까지 떨어졌다. 대성산업은 비에너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본업인 에너지, 발전 사업 등에 투자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성산업은 특히 360억 원을 출자해 준공 중인 오산열병합발전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차남 김영민 회장은 줄어든 도시가스 수요가 걱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24억 77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 손실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매출 감소인데 지난 2014년 2조 328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조 5400억 원까지 하락했다. 에너지업계는 원가 인하와 정부의 판매가 인상 억제를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지난 2월 말부터 서서히 반등 중인 주가다. 2015년 말까지 10만 원대였던 주가는 올 2월 중순께 7만 원대로 밀렸다가 이달 들어 8만 원대를 회복했다. 도시가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서울도시가스는 지분 89.9%를 소유한 농업회사 굿가든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삼남 김영훈 회장은 장남과 차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회사인 대성홀딩스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경영실적 면에서는 두 형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성홀딩스 주력 계열사인 대성에너지는 2014년 4050억여 원이었던 부채를 2015년 3422억여 원까지 줄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 669억여 원에서 8753억여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증가해 지난해에는 152억여 원의 흑자를 냈다. 2014년에도 대성에너지는 136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대성홀딩스도 2년 연속 흑자(2014년 56억여 원, 2015년 71억여 원)를 기록했다.
김영훈 회장은 다른 사업 영역에 눈길을 돌리기보다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원자력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장순흥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현 한동대학교 총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배우 최불암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김영대 회장과 대조적이다. 또 김영훈 회장은 지분 99%를 소유한 농경회사 (주)알앤알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성그룹은 총수 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높은 편에 속한다. 2015년 기준 총수 일가가 지분 99~100%를 소유한 기업은 (주)알앤알 등 모두 9곳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출자전환과 자본금 증가로 총수일가 지분율은 감소세(2014년 13.2%, 2015년 10.8%)지만 이들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4곳(전체 계열사 중 57.9%)이나 됐다. 다시 말하면 전문 경영인 체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지렛대로 성장했던 대성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며 갈림길에 서 있다. 가스와 유류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 삼형제 기업은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에너지 공급방식이 기존 개별 공급에서 집단 에너지 체제로 바뀌는 추세여서 수익성을 갑작스레 개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각각 회사의 운명을 짊어지고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세 형제의 앞으로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