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과 맞대결할 경우 누가 이길 것 같나.
▲글쎄…. 단기전이면 내가 유리하고 장기전일 경우 (이)승엽이 형이 유리하다. 단기전에선 내 구질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승엽이 형이 내 공을 읽고 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힘들 것 같다.
─‘박찬호와 서재응 중에 누가 더 잘 던지나요?’라는 질문도 있었다.
▲그날 그날 타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우리의 승운이 달려있다. 상대팀 타자가 어느 정도의 컨디션이냐에 따라 찬호 형이 또는 내가 잘 던질 수도, 못 던질 수도 있다고 본다.
─구대성과 뉴욕 메츠에서 같이 지낸 적이 있었는데.
▲나랑 불화설로 유명한 피터슨 투수 코치한테 많이 부대꼈다. 만약 그 코치만 아니었다면 대성이 형도 미국에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다. 나야 그 코치에게 이미 이골이 난 상태였지만 처음 당하는 대성이 형 입장에선 견뎌내기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야 밝힐 수 있다’란 톤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클리블랜드전에서 추신수와 맞대결을 펼쳤을 때 추신수는 일부러 홈런을 치게끔 직구만 던졌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음…. 그건 대답하기 애매하다. 사실 미국 타자랑 한국 타자를 상대했을 때 내가 갖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치라는 식으로 공을 막 뿌려대진 않았다. 내가 직구만 던졌던 것은 추신수가 변화구를 예상했을 것 같아서 일부러 직구만 뿌린 것이다(웃음).
─이전에 35세 정도에 은퇴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 생각엔 변함이 없나.
▲미국에 와서 깨달은 사실이라면 동양 선수들과 미국 선수들과는 분명 체력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35세 정도면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라고 생각했다.
─은퇴 후 야구 지도자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그대로인가.
▲그렇다.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지도자는 정말 싫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야구의 마지막은 기아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었다. 야구의 마지막이 아닌 힘도 있고 공도 괜찮을 때 한국으로 돌아오는 건 어떤가.
▲(박)찬호 형도 그런 말을 했던데 사실 우린 한국 야구를 하고 싶을 따름이다. 한국에서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 마무리는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부와 명예가 보장돼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발을 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힘도 없고 구위가 시원치 않다면 기회가 주어져도 뛰지 않을 것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