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 감독이 몇 명 존재하고 이런 거장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 커다란 기회이자 영광이다. 그런데 신인 배우가 거장 감독의 영화를 통해 데뷔한다면 어떨까. 연예계 데뷔의 기회초자 잡기가 매우 힘든 상황에서 거장 감독의 영화를 통해 데뷔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기회다. 데뷔와 동시에 매스컴의 뜨거운 반응은 기본, 전세계 영화인들이 그의 연기를 주목할 것이다. 세계적인 거장의 디렉션을 받으며 데뷔해 그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면 그 이후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가 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에서 파격 노출을 예고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예 김태리.
요즘 가장 핫한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배우는 김태리다. 2014년 더바디샵 CF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그는 지난해 독립영화 <문영>의 타이틀롤을 맡아 연기를 선보였으며 상업 영화로는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아가씨>가 첫 출연 작품이다.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등이 출연하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연은 김민희와 신예 김태리다. 쟁쟁한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된 김태리는 무려 1000 대 1의 공개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하녀’ 역할을 따냈다. 원작 <핑거스미스>의 기본 설정대로라면 실질적인 주인공은 김민희와 김태리 가운데 김태리에 가깝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김태리가 맡은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영화계가 배출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이렇게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서 가장 주요한 캐릭터를 맡으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원작 <핑거스미스>를 살펴보면 ‘하녀’ 역할의 김태리는 ‘아가씨’ 역할의 김민희와 동성애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공개 오디션 당시 하녀 역할에 대해 ‘노출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노출 수위는 최고 수준이며 협의 불가’라고 공고하면서 이미 그 수위는 결정이 됐다. 영화가 어떻게 완성됐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태리는 ‘최고 수위의 노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협의가 불가’했던 만큼 노출 수위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김태리는 가장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데뷔하는 여배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교>에서 음모 노출을 불사하는 연기로 주목을 받은 김고은.
최근 몇 년 새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이며 데뷔한 여배우들이 몇몇 있다. <인간 중독>의 임지연, <마담 뺑덕>의 이솜, <봄>의 이유영, <은교>의 김고은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 <은교>로 데뷔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김고은은 충무로의 신데렐라가 됐으며 최근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그가 데뷔작에서 음모 노출까지 감행하며 파격적인 데뷔를 했다는 사실은 이미 세인들에게 잊힌 지 오래다. <인간중독>에 이어 <간신>에서 연이어 파격 노출 연기를 선보인 임지연 역시 최근 SBS 월화 드라마 <대박>과 MBC 예능 <섹션TV 연예통신> 등을 통해 노출 이미지를 서서히 상쇄해 나가며 스타급 여자 연예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봄>을 통해 국내와 해외 영화제에서 무려 6개의 신인상을 수상한 이유영은 차기작 <간신>을 통해 다시 한 번 파격 노출을 선보였다. 사실 <봄>에서 파격적인 음모 노출이 있었지만 베드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노출 연기의 정점은 파격 베드신의 <간신>이었다. 이유영은 독립영화 <고란살>, 주원과 호흡을 맞춘 <그놈이다> 등을 통해 꾸준히 활약하며 충무로에서 기대치를 거듭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출연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간신>에서 동성 베드신을 펼친 이유영과 임지연.
정우성의 상대역으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인 이솜은 <마담 뺑덕>이 데뷔작은 아니다. 모델 출신으로 영화 <하이힐> <산타바바라> 등에 출연했지만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 작품이 <마담 뺑덕>이었던 것. 최근 영화 <좋아해줘>에 출연한 이솜은 전작과 전혀 다른 발랄한 20대 여성의 로맨스 연기를 선보이며 단 번에 노출 연기의 이미지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 충무로에선 김고은 임지연 이유영 이솜 등이 여배우 기근 현상의 한국 영화계에서 단비 같은 존재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중견 영화제작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선경, 김서형, 예지원 등이 노출 연기로 충무로에 데뷔한 대표적인 여배우들인데 그들은 이제 하나같이 연기파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데뷔 당시 그들의 노출 연기는 그만큼 열정적이었다는 의미이고 그 열정이 그들을 연기파 배우로 성장시켰다. 과거에는 파격적인 노출이 가미된 영화는 캐스팅 자체가 어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협의 불가의 최고 수위의 노출을 내건 <아가씨>의 공개 오디션 경쟁률이 1000 대 1일 만큼 노출을 겁내지 않는 여배우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열정적인 데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을 만큼의 연기력을 갖춘 신인들이다. 신인들의 설 자리가 파격적인 노출이 필요한 영화로 제한되면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