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탕은 흔히 고양이탕 혹은 묘탕이라고도 한다. ‘나비’라는 말은 고양이를 부를 때 자주 쓰는 호칭으로 나비탕이란 용어도 여기서 파생된 것이다. 나비탕은 주로 끓는 물에 고양이를 산 채로 넣어 만들어진다. 여기에 몸에 좋은 약재를 넣어 완성하는 것이다. 나비탕은 보신탕처럼 탕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약재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물단체의 항의와 언론의 집중을 받아 주로 약재용으로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비탕을 먹는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탕은 논란의 대상이다. 주로 나비탕에 사용되는 고양이가 길고양이들인데 이들이 잔인하게 살해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의 정 씨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부산·경남 일대에서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잡아 도살한 뒤 나비탕 판매업자에게 마리당 1만 5000원에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013년에는 고양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파망에 넣어 판매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그런데 길고양이를 포획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동물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 역시 처벌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식용 고양이를 전문으로 키우는 곳이 없어 나비탕에 사용되는 고양이는 대부분 길고양이로 알려졌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나비탕 제조 방식이 산 채로 고양이를 넣는 것이라 대부분의 고양이가 잔인하게 살해된다”고 밝혔다.
언론의 뭇매를 맞자 현재는 나비탕을 쉽게 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개의 건강원 간판에도 나비탕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 건강원에서 나비탕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12일 기자는 경동시장 인근의 한 건강원을 찾아 나비탕을 구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건강원 직원은 “금액을 입금하고 3~4일 뒤에 찾으러 오면 된다”며 “금액은 2개월치에 25만 원이다. 고양이 값이 10만 원, 나비탕에 들어갈 약재 값 10만 원, 그 외에 부대비용이 5만 원”이라고 밝혔다.
2개월치 나비탕에 사용되는 고양이는 크기에 따라 2~3마리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양이를 잡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먹고 싶다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라며 “그러나 TV에서 계속 문제 삼으니 예전처럼 대놓고 팔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는 “펄펄 끓는 물에 끓이는데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며 “실온에 놔두고 직사광선만 피하면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강원 역시 13만~14만 원을 주면 한 달 치 나비탕을 해주겠다고 전했다.
경동시장 부근 건강원들. 간판에 ‘나비탕’은 적혀있지 않지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나비탕에 사용되는 길고양이들은 어디서 잡아오는 것일까. 건강원 업주들은 동물 판매업자로부터 고양이를 구매해온다고 전했다. 이러한 동물들은 경동시장 내 ‘개골목’이라고 불리는 곳에 판매업자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건강원 업주는 “아는 사람에게만 동물을 판매하고 모르는 사람이 가면 절대 팔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자가 개골목을 찾아가봤으나 “고양이는 팔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또한 성남 모란시장도 고양이가 많이 판매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모란시장을 찾았지만 개와 흑염소 등을 우리에 가둬놓고 파는 모습만 보일 뿐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란시장에 위치한 한 가게 업주는 “평소에는 고양이를 판매하지 않고 장날 같은 일정 시즌에 고양이를 판다”며 “사실 개는 되고 고양이는 안 될 이유가 없는데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우리도 대놓고는 안 판다”고 밝혔다.
고양이 암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경동시장 개골목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가면 절대 팔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나비탕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비탕은 관절에 좋다고 알려졌다. 특히 관절이 좋지 않은 노인층이 많이 찾는다. 이러한 속설의 근거는 옛 의학서적인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은 고양이 고기에 대해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면서 시다. 노채, 골증열, 담이 성한 것과 치루를 치료하는데 국을 끓여서 빈속에 먹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골증열이 뼈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인데 사실 골증열은 폐와 신장이 나빠져서 일어나는 병명으로 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골증열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뼈까지 찌는 듯한 더위’다. 단순히 골(骨)이라는 한자 때문에 생긴 오해다. 또한 고양이는 유연하기 때문에 관절염에 좋다는 근거 없는 미신까지 돌고 있다.
오히려 현대의학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는 고양이가 관절건강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학회 관계자는 “고양이를 먹으면 오히려 쓸데없이 콜레스테롤 수치만 올라간다”며 “또한 동물매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어서 다른 병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나비탕 대신 닭발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건강원 관계자들도 “요즘에는 관절염 환자들이 나비탕 대신 닭발을 우려낸 엑기스를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닭발에는 관절에 좋다고 알려진 콜라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닭발 엑기스의 가격은 한 달치에 15만 원 정도로 나비탕과 비슷한 가격대였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닭발 역시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콜라겐은 체내에서 한 번 더 분해된 후 흡수되기 때문에 닭발 내의 콜라겐이 관절로 갈 확률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앞서의 류마티스학회 관계자 역시 “닭발이 관절에 좋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