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지분 43%를 매입한 가격은 2조 3205억 원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 유상증자로 9560억 원을 마련했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각각 3000억 원씩 6000억 원을 빌렸다. 나머지 7600여억 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현금이다. 미래에셋증권 증자에는 우리사주(1853명 1339억 원)와 함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도 보유지분 비율만큼 참여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미래에셋캐피탈이 36.23%의 지분(2015년 사업보고서 기준)을 가진 미래에셋증권 최대주주다. 박 회장 일가는 직접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9.33%를 갖고 있으며, 미래에셋컨설팅이란 부동산관리회사를 통해 또 27.62%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일가가 91.86%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증자대금 3283억 원 가운데 1983억 원은 자기자금으로, 1300억 원은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사실상 박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이니만큼 박 회장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미래에셋캐피탈은 2014년 미래에셋생명보험 지분 2760만 주를 미래에셋증권에 주당 1만 1102원, 총 3903억 원에 매각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이 거래로 1746억 원의 처분이익을 거두었다. 미래에셋생명은 2015년 7월 상장했고, 현재 주가는 4665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지분을 취득가로 장부에 반영하고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시장가치는 당시 매입가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박 회장의 미래에셋캐피탈은 계열사와 미래에셋생명보험 주식 거래로 2000억 원 가까운 이익을 냈고, 결국 대우증권 인수 종잣돈이 됐다”고 풀이했다.
박 회장 일가 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우증권 인수로 얻는 ‘플러스(+)’ 효과는 상당하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을 합병할 예정이다. 합병비율은 아직 미정이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약 15%로 예상된다. 변수는 합병법인이 갖게 될 자사주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율 15%는 다소 부족하다. 다행히(?) 합병법인은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갖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 대우증권 지분 43%가 합병법인 지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총 발행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리려면 계열사에 이를 넘기면 된다. 관건은 시가 1조 원에 달하는 이 지분을 누가 가져가느냐다.
일단 미래에셋캐피탈은 현 상태로 인수 여력이 부족하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이 발행한 3000억 원대 전환우선주를 2016년 6월까지 사들일 의무가 있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또 정부는 현재 캐피탈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자기자본 내에서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도 최소 6000억 원 이상을 들여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5년간의 유예기간이 있다지만 분명 부담이다. 그렇다고 합병법인의 자회사인 미래에셋생명이 나설 수도 없다. 상호출자제한 위반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사재를 투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수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박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인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열려 있다. 미래에셋 지배구조를 보면 박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캐피탈 외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펀드서비스, 3개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들 3사의 자기자본만 최대 2조 원에 달한다. 부채는 미래에셋컨설팅의 2000억 원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들 회사를 미래에셋캐피탈과 합병시키면 자기자본을 1조 5000억 원 이상 늘릴 수 있다. 여전법 규제도 피할 수 있고, 차입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여지도 커진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에 이어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시가의 2배에 달하는 값을 치르고 지분을 샀지만, 박 회장 개인회사들이 합병법인의 자사주가 된 이 지분을 살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치를 필요가 없다. 박 회장의 개인회사들은 2조 30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대우증권 주식을 1조 원 정도에 매입하게 되는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시가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단돈(?) 2000억 원을 투입해 확보하는 결과가 된다.
확고부동한 업계 1위로서 향후 합병법인의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박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들의 자산가치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