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4·13 총선에서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완패한 것에 대해, 정계은퇴와 대선 불출마 약속을 지킬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그러나 광주에서 은퇴발언을 한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호남에서의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화법으로 자신의 발언을 비켜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 충장로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에서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자청해서 배수진을 쳤다.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는 호남 판세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반(反)문 정서’ 등의 결과로 28석 가운데 고작 3석을 얻는데 그쳤다.
광주시민과의 약속대로라면 문 전 대표는 호남 참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14일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의 호남 참패와 관련한 정치 은퇴 문제에 대해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불과 6일 만에 총선 선거 운동기간 호남지역 유세에서 수차례 얘기했던 말을 슬그머니 바꾼 것이다.
이는 우선 초라한 호남 총선 성적표가 호남 민심의 문 전 대표에 대한 최종 결론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문 전 대표의 이런 입장은 여론 추이를 살펴보면서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사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이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90%대 지지를 몰아줬던 호남이 문 전 대표에게 차갑게 돌아선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와 함께 호남을 돌며 국민의당을 ‘분열 세력’이라고 몰아붙였지만 오히려 호남은 국민의당 손을 들어줬다.
당시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의 ‘지지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호남에서의 발언은 ‘반문(反문재인) 정서’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우호적 여론이 많은 모양새다. 여전히 유력한 대선주자인 데다 20대 국회에서도 ‘친문 세력’이 확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당내외에서 더민주의 수도권 압승에 대해 문 전 대표 지지층 결집 효과가 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당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조만간 다시 호남을 찾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표도 이미 8일 광주에서 “총선이 끝나면 더 여유로운 신분으로 자주 놀러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지 아닌지 우려된다. 사실 호남 민심이 요구한 것도 아닌데 본인이 스스로 대선 불출마 등을 언급, 논란을 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더민주가 수도권에서 얻은 승리만 해도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잃은 점을 감안하면 ‘반쪽짜리 승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더민주 수도권 후보들의 승리도 야권성향 지지자들이 집권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가능성이 있는 야당 후보에게 표를 결집한 결과이지, 더민주를 적극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지역구에서 더민주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20.8%가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호남의 지지 없이는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없고, 여당 후보와 겨루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도 광주 방문에서 수차례에 걸쳐 “야권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는 호남 지지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누가 봐도 명백한 호남 성적표를 두고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기다겠다”는 태도는 유력 대권주자로선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3류 말장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결국 선거 막판 광주를 찾아 한 ‘조건부 은퇴’ 발언이 ‘진정성이 담긴 결단’이라기보다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아니면 수도권에서의 대승과 영남에서의 교두보 확보라는 자신감으로 ‘호남 지우기’는 아닌지, 원내 제1당에 오른 당의 선거 결과를 내세우며 자신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며 또다시 호남에 ‘2차 겁박(?)’을 하는 것은 아닌 지 되묻고 싶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모호한 태도가 그나마 남아있는 호남 민심마저 돌려 세우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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