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매각을 위한 2차 입찰에 9곳이 응찰했지만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동부그룹 본사 사옥. 일요신문DB.
현대증권 매각이 예상 외의 흥행을 거두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다음 달 10일에는 올 상반기 법정관리 매물 중 ‘최대어’로 꼽히는 동부건설 매각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동부그룹에서 분리된 동부건설은 시공능력 평가액 1조 4059억 원(27위)에 달하는 중견건설사다. 주요 주택 브랜드로는 동부센트레빌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동부건설은 매각을 위한 1차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삼라마이더스(SM)그룹 등 6곳이 의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본입찰에는 파인트리자산운용(파인트리) 한 곳만 참여했다. 파인트리는 서울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 소유주로 알려진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당시 동부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파인트리를 선정하고 가격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500억 원대에 달하는 동부익스프레스 후순위채 가치 평가 산정에서 이견을 보인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2차 입찰에선 동부익스프레스 후순위채 프리미엄이 사라진 만큼 가격 협상의 변수는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2차 예비입찰에는 호반건설 등 9곳의 인수 후보가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 측은 지난 15일 “인수 후보는 원칙상 비공개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호반건설과 (주)동일, 파인트리,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을 동부건설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이들은 오는 29일까지 기업 예비실사 기간을 갖는다.
그러나 인수 후보군 가운데 아직까지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업체는 없다. 파인트리는 지난 1차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파인트리는 지난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탓에 이번 딜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암코 역시 매각주간사의 요청으로 예비입찰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는 단독으로 동부건설을 인수하진 않는다는 계획이다.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 한 본입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은 동부건설의 매각 추정가를 20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하이텍 지분 10.2%를 얼마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매각 추정가는 올라갈 수 있다.
그나마 인수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는 호반건설이 꼽힌다. 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업계 15위(2조 1521억 원)를 기록하고 있는 호반건설은 주택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으로 최근 몇 년 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호반건설의 연매출은 1조 원에 달하며, 현금성 자산은 3000억여 원에 이른다. 자금 동원력에서 동부건설을 인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호반건설 역시 동부건설에 실제로 관심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4월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 응찰가 6007억 원을 써냈지만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치며 ‘인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6.16%를 사들였다가 석 달 만에 팔며 시세차익을 거뒀다.
또 하나의 인수 후보로 꼽히는 ㈜동일은 부산에 연고를 둔, 2008년 12월 설립된 건설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일은 주택건축 및 토목건축을 사업 목적으로 적시했다. 2014년 감사보고서 기준 연매출은 4376억여 원, 유동성 자산은 4886억여 원에 이른다. ㈜동일은 M&A시장에서 다소 생소한 업체다. 단 정치권에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데 이 회사 대표로 등기된 김종각 회장은 2009년과 2012년 각각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분양수익이 전체 90%에 달하는 ㈜동일이 동부건설을 인수할 경우 사업 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코스피 상장사인 동부건설을 통해 우회상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은 현재까지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있다.
동부건설은 종속회사로 동부엔지니어링과 ‘Dongbu Australia Pty, Ltd’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번 입찰을 앞두고 증권가에선 동부건설이 매각 금액을 낮추기 위해 종속회사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풍문이 돌았다. 동부건설은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법정관리 1년째를 맞은 동부건설은 회생채권 3200억 원 가운데 1100억 원을 상환하며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 중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수 가격과 얼어붙은 건설 경기는 동부건설 매각의 중대 변수다. 호반건설이 인수한 울트라건설의 인수가격은 200억 원 안팎에 그쳤다. 또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 분양 실적은 지난해 최고치인 8만 4000호에서 1만 5000호 수준으로 줄었다. 아울러 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29위(1조 2549억 원)인 경남기업이 M&A 시장에 나오는 것도 동부건설 매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 동부건설은 정부 주도의 건축 사업과 토목 공사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동부건설은 관급공사 22건(원도급액 1조 2868억 원)을 수주해 민간공사(9346억 원)보다 나은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토목에서는 57건(2조 2558억 원)의 계약을 따내 민간공사(4505억 원)의 실적을 압도했다.
투자업계가 포트폴리오로 주목한 플랜트 사업은 관급과 민간 모두 원도급액이 1000억 원 미만이었다. 당장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큰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9곳의 입찰 참여로 흥행한 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는 셈이다. 일부에서 동부건설 매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