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10시 제례행렬을 시작으로 제례봉행, 설렁탕 재연 등 시민 참여의 장 마련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농사의 신인 신농씨와 곡식의 신인 후직씨에게 제사를 올리던 역사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해 시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참여의 장이 마련된다.
▲ 자료사진 - 지난해 선농대제에서 임금행차 재연하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선농단(동대문구 무학로44길 38)에서 대한민국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2016년 선농대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선농대제는 제향 위주에서 벗어나 설롱 요리대회, 어린이 제례행렬단 등 이색 행사가 준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6년 선농대제의 시작인 제례행렬은 23일 오전 10시 왕산로 함경면옥부터 선농단까지 300m 구간에서 펼쳐진다.
취타대를 시작으로 오방육정기, 호위무사, 제관 등 총 130여명의 행렬단을 구성해 임금의 행차를 재연한다. 아울러 지난해와 달리 초등학생 30명으로 구성된 제례행렬단을 추가 편성해 어린이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농제례 봉행은 서울 선농단에 도착한 제례행렬이 오전 10시 30분부터 선농단 보존회(위원장 이경장)의 집례 아래 약 90분간 펼쳐진다. 구는 대형 스크린 및 카메라로 제례 봉행을 생중계하고 전문 제례 해설사가 각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도록 해 관람객들이 제례 진행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자료사진 - 지난해 선농대제에서 선농제례 봉행하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설렁탕의 유래와 왕의 마음을 되새겨보는 설렁탕 재연 행사는 선농단에 대형 가마솥과 화덕을 설치해 전통 설렁탕 제작과정을 재연하고 종암초등학교에 마련된 시식장에서 관람객과 설렁탕을 나누게 된다.
봄이 되면 임금은 선농단(先農壇)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백성들과 함께 직접 소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의식을 행했다. 이것을 왕이 친히 밭을 간다고 해서 친경례(親耕禮)라고 하였고, 친경례가 끝나면 왕은 함께 수고한 백성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려 주었다. 이때 임금은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소를 잡아 끓인 국과 밥을 내렸는데 이를 선농단에서 임금이 내렸다 하여 선농탕이라 했고 오늘날 설렁탕의 기원이 된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제1회 설롱 요리대회는 선농제례 및 설렁탕 재연행사 후에 선농단 역사문화관 앞에서 곧바로 개최된다.
5개 팀이 참가 예정이며 설렁탕을 활용한 이색 요리대회로 설렁탕의 유래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고 동대문구 내 다양한 음식점들을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요리대회 소요경비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서울 속 마을여행’ 공모사업에 ‘제기동 선농단에서 백성들을 케어하라!’는 주제로 동대문구가 응모, 선정된 예산으로 진행하게 된다.
▲ 자료사진 - 지난해 선농대제에서 주민들과 설렁탕 재연하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요즘 전통문화가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며 “선농대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전통 문화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선농대제의 기원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 때까지 이어지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중단됐다.
1979년부터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제기동 지역주민들에 의해 민간 행사로 유지돼 오다 1992년부터 동대문구에서 주관해 국가의례의 형식을 갖추게 됐다. 선농단은 1972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5호로 보존돼 오다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436호)로 승격되어 보존되고 있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