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검진을 하면 폐암뿐만 아니라 폐의 건강상태도 알 수 있어 이를 계기로 금연을 한 사람도 적지 않다. 일요신문DB
폐암의 주원인이 흡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폐암 진단은 흉부 X-레이검진이 권장됐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유효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와, 더 작은 폐암을 발견할 수 있는 CT검진이 점차 확산 중이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CT검진 임상시험을 한 결과 “X-레이 검진에 비해 폐암 사망률이 20%가량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CT를 찍으면 폐암뿐만 아니라 폐의 건강상태도 알 수 있어 그것을 계기로 금연을 한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의점도 있다. CT검진을 통해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 암까지 발견되면서 과잉진단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 암 중에는 악성 종양도 있지만, 치명적으로 변하지 않는 암도 존재한다. 그런데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암을 찾아내 불필요한 치료 후유증을 겪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간문춘>은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기 쉬운 노인의 경우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장암
암 질환 가운데 최근 발생 비율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장암이다. 일본국립암센터가 2015년 공표한 ‘암 환자수 전망치’에서도 대장암은 폐암, 위암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그만큼 주의가 요구되는 질환인데, 특히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히로시마대학병원의 다나카 신지 교수는 “대장암을 앓은 가족이 있거나 내시경검사에서 염증이 많이 발견된 사람은 유전적으로 대장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길 권했다. 또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만성이 될수록 대장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방법으로는 대변에 피가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분변잠혈검사’가 권고된다.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분변잠혈검사가 대장암 사망률을 16%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다나카 교수는 “1차적으로 분별잠혈검사를 통해 대장암 위험이 높은 사람을 선별해낼 수 있다”면서 “음성이 나타나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부담도 한결 줄어든다”고 전했다. 다만, 정확성 측면에서는 대장내시경이 효과적이므로 앞서 언급한 대장암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한 후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
평균적으로 여성 12명 중 1명은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질환 역시 고위험군을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먼저 유전성 유방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양측성인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가족 중에 젊은데도 유방암이 생긴 경우, 남성 유방암이 있는 경우, 양측성 유방암이 있는 경우는 유방암의 상대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참고로 의학계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유방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10% 정도”라고 추정한다.
유전적인 요인 외에 초경이 빨랐던 여성과 폐경이 늦은 여성,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 초산연령이 높은 여성, 수유경험이 없는 여성, 호르몬보충요법을 5년 이상 받은 여성은 역학조사에서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비만 역시 유방암의 대표 위험인자로 분류되니 폐경 이후의 여성은 비만 관리에 힘써야 한다.
유방암의 대표적인 검진방법은 유방촬영술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구미에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유방촬영술이 유방암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그 효과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또 하나, “유방암과 관련해 ‘과잉진단’이 내려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되는 것도 문제다. 여기서 과잉진단이란 암 진단을 내렸지만 환자가 다른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암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일본의 유방암 전문의 나카무라 세이고 교수는 “유방암과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지 않다면, 20~30대 여성이 유방촬영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젊은 여성의 경우 유방촬영술이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유방암이 걱정되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엇보다 “매달 한 번씩 자가검진을 통해 스스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가슴 구석구석을 만져 멍울이 있는지 살펴보고, 의심이 될 경우 전문의를 찾아 검진을 받으면 된다.
#위암과 식도암
잘 알려진 대로 위암 발생은 헬리코박터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은 우물이나 지하수 등을 매개로 확산되기 때문에 감염률은 고령자일수록 월등히 높다. 일단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 점막을 위축시켜 방어기능을 악화, 결과적으로 위암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위암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대규모 조사가 일본에서 진행되어 왔다. 일명 ABC검진이라는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고, 위축성 위염이 발견되지 않은 A그룹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반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지만 위축성 위염에 걸리지 않은 B그룹은 A그룹보다 약 5배, 헬리코박터균과 위축성 위염이 모두 발견된 C그룹은 약 10배 위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위축성 위염의 유무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저렴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도입한 일본기업들이 많다. 이 검진의 목적은 진단자가 스스로 위암에 걸리기 쉬운 체질인지의 여부를 아는 것이다. 만일 A그룹으로 판정됐다면, 위암 검진을 자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B, C그룹으로 판정된 사람은 정기적으로 위암 검진을 받기를 권고하고 있다.
한편, 많은 의사들이 검진방법에 대해서 “위장조영술보다 위내시경이 더 효과적”이라고 추천했다. 위장조영술의 경우 조영제(바륨)을 먹은 후 X-레이를 촬영하는 것이라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는 반면, 위내시경은 식도암의 유무도 동시에 확인 가능하다. 식도암 발생은 음주·흡연과 연관성이 높고, 특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요주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