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를 넘기는 열전 끝에 고등 최강부에서는 심재익 군이 우승을 차지했으며, 고등부 갑조는 이준석 군, 중등 최강부와 중등부 갑조에서는 백현우 군과 김지원 군이 각각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바둑의 미래 동량들이 펼친 열전의 현장을 따라가 봤다.
고등최강부 결승전 대국 장면. 왼쪽이 우승을 차지한 심재익 군.
일요신문배 전국 중고생 바둑왕전은 수많은 바둑대회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바로 이 대회가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바둑대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성인을 위한 아마추어 바둑대회나 어린이들을 위한 바둑대회는 많지만, 바둑계 동량을 키워낸다 할 수 있는 중고생 바둑대회는 거의 없다.
왜일까 이유를 따져봤더니 어릴 때 바둑을 배웠더라도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면 입시 준비에 바빠 바둑 둘 짬이 없기 때문. 어린이 바둑 인구가 13세를 기점으로 확 감소하니 중고생을 위한 무대가 좁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찍 바둑에 인생을 걸기로 작정한 청소년들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이유로 일요신문배 전국 중고생 바둑왕전이 탄생한 것이다.
위부터 1, 2도
특히 입단을 목전에 둔 연구생 1~3조들이 대거 도전장을 던진 고등 최강부는 신예 프로기전과 겨뤄도 손색없는 수준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결승전에는 큰 이변 없이 이세돌 바둑연구소의 심재익 군과 충암도장 소속 한상조 군이 올라왔다.
심 군은 연구생 1조의 내신 1위를 달리고 있는 그야말로 입단 영순위의 강호. 내신 1위를 일정 기간 유지할 경우 그 실력을 인정해 입단대회를 거치지 않아도 프로 면장을 내줄 정도이니 그 실력을 짐작할 만하다. 이에 맞서는 한상조 군은 현재 충암고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역시 연구생 1조의 실력파. 준결승에서 심재익은 김세현을, 한상조는 최원진을 각각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심재익 군이 백을 들고 210수 만에 한상조 군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위부터 3, 4, 5도
<1도> 초반 우하 방면의 공방이 초점인 국면. 백의 걸침에 흑1의 추궁이 당연해 보이지만 실착이었다는 심판위원장 박승철 7단의 감상이 있었다. 그야말로 흑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8까지 백이 너무 쉽게 안정했다는 것. “흑1로는 2의 곳 날일자로 공격이 강력했습니다. 여기서 쉽게 살아서는 백이 초반에 포인트를 올렸습니다.”(박승철 7단)
<2도> 우변 흑 두 점을 잡고 백이 살아서는 실리로 압도적이지만 하변 백1은 너무 밝힌 수. 그냥 A로 받아두었으면 알기 쉬웠다. 흑2의 협공을 당해서는 국면이 복잡해졌다. 유리한 쪽에서는 국면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옳은 태도. 흑에게 찬스를 줬다고 해야 할 것이다.
<3도> 흑1은 급소. 바둑 입문책 1장 1절에 등장하는 ‘두점머리는 두들겨라’는 바로 그곳. 하지만 여기서는 ‘정석은 외우되 잊어라’는 격언을 먼저 떠올렸어야 했다. 흑1은 빗나간 급소였던 것. 이 장면의 급소는 흑A였다. 여기가 백의 명치에 해당하는 곳으로 흑▲들이 대기하고 있는 하변으로 백을 몰아가는 것이 좋았다.
<4도> 백이 앞섰다고는 하지만 차이가 크지 않은 미세한 국면. 백1로 칼칼하게 붙여왔을 때 곧장 흑2로 차단한 것이 패착이 됐다. 백3으로 흑의 응수를 물은 것이 교묘한 수로 흑4부터 8 다음 백9가 성립했다. 흑은 10까지 왼쪽 흑 석점을 잡긴 했지만 흑 두 점 잡힌 손실이 더 크다.
<5도> 백1의 붙임에는 흑2로 응수를 묻는 것이 좋았다는 박승철 7단. 백이 4로 잇는다면 귀에서 수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이제 흑은 차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흑2면 백은 3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그때 흑4로 뚫어 바꿔치는 것이 쌍방 최선의 갈림이었다. 실전은 흑이 마지막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더 이상 추격이 불가능해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