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늘날 우유에 대한 이런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우유를 꼭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도 있었다.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우유를 통해 과도하게 섭취되는 열량을 경고한다. 또한 우유의 단백질로 인해 세포 분열이 활발해질 경우 암 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반면, 여전히 우유는 손쉽게 칼슘을 섭취할 수 있고, 필수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소중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과연 우유와 유제품은 꾸준히 먹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멀리하는 것이 좋을까. 다음은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살펴본 우유와 유제품에 대해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다.
얼마전 영국공중보건국은 ‘이트웰 가이드(Eatwell Guide)’, 즉 ‘올바른 식습관 안내서’를 통해 “유제품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제품 대신 가능하다면 저지방 혹은 저당 식품을 먹을 것을 권한다고 안내했다.
문제는 유제품으로 인해 과도한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안내서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에는 매일 유제품으로 섭취하는 열량은 160칼로리, 그리고 남성은 200칼로리가 적당한데, 가령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 한 조각과 작은 컵으로 우유 한 잔을 마실 경우 유제품으로 섭취하는 열량은 217칼로리 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런 의견과 달리 아직도 많은 서구권 국가(프랑스, 호주, 미국, 아일랜드 등)에서는 하루에 세 번씩 유제품을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유는 칼슘 보충을 위해서다. 사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에는 칼슘이 풍부하며, 또한 필수영양소인 단백질, 요오드, 비타민 B12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치즈
유제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제품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포화지방 때문이다. 더구나 치즈의 경우에는 포화지방뿐만 아니라 염분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치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치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연 무작정 치즈를 먹지 않는 것이 정답일까 의구심이 들게 된다. 2014년 <란셋 당뇨와 내분비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제품에 함유된 포화지방은 오히려 제2형 당뇨의 발병률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코펜하겐대학의 아르네 아스트룹 교수는 “유제품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 사망률의 위험에 있어 유제품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제품을 즐겨 먹는다고 해서 특별히 위의 질병을 앓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아스트룹 교수는 “오히려 근소하지만 유제품을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위의 질환 발병률이 감소했다. 따라서 실제로는 몸에 이롭다”고 말했다. 아스트룹 교수는 또한 “치즈는 포화지방이 풍부하고 염분이 높다. 때문에 치즈를 많이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치즈를 즐겨 먹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전혀 반대의 경우를 보게 된다.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과 제2형 당뇨 발병률이 낮아지는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2014년 <미국임상영양저널>에 발표된 연구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동일한 양의 포화지방을 함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남성의 경우 유제품이 적게 포함된 식단을 먹었을 때보다 우유 또는 치즈가 다량 포함된 식단을 먹었을 때 소위 말해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낮아졌다. 이는 칼슘의 역할 때문이다. 칼슘은 지방분해효소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체내 지방 흡수를 저해한다. 때문에 칼슘과 지방을 함께 섭취할 경우 대부분의 지방이 몸밖으로 배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치즈를 먹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장내 유익균 때문이다. 건강에 이로운 낙산염(장내의 유익균으로 인해 식이섬유가 소화되면서 생기는 부산물)을 생산하는 장내 유익균 역시 치즈 속의 발효성분을 영양분 삼아 자란다. 이밖에 당뇨와 심장질환은 모두 조직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데 낙산염은 항염증 속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당뇨와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요구르트 역시 제2형 당뇨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발효식품이다.
버터
버터 역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꼭 건강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영국의학저널>은 버터를 끊은 대신 ‘건강한’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스프레드를 먹은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로 인해 심장질환 발병률이나 사망률이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고 보고했다.
한편 영국공중보건국의 영양학과장인 루이스 레비 박사는 유제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최근 보고에 대해 “사실 칼슘은 전분 형태의 탄수화물(쌀, 감자, 빵)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케일, 시금치, 콩류에도 풍부하다. 특히 케일에는 우유보다 칼슘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100ml 우유를 마시는 것이 케일 한 접시를 먹는 것보다 훨씬 간편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우유
아마 ‘우유만 마시면 설사를 한다’면서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도 전체 성인 세 명 가운데 한 명만이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 생성이 유아기 때 이미 중단되기 때문이다.
포유류의 젖에 들어있는 당 성분인 유당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아제가 필요한데 사람의 경우 아기일 때에는 체내에서 락타아제가 생산되지만 점차 어른이 되면서 이 효소는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는다. 이유인즉슨, 몸에서 더 이상 우유 혹은 모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와 남아프리카에서는 성인의 90% 이상이 유당소화장애(우유를 마신 후 나타나는 복통, 복부팽창 등의 증상)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반면, 북유럽에서는 2~20% 정도에서만 나타난다. 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6000년 전부터 시작된 진화 과정에 따른 결과다.
우유에 관해 널리 알려진 속설로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가 바로 그것이다. 32개의 관련 연구를 조사한 <미국임상영양저널>에 실린 논문의 결론은 ‘유제품을 많이 먹을 경우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소폭 증가한다’였다. 이는 우유를 마실 경우 세포 성장을 촉진시키는 IGF-1이라고 불리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브리스톨대학의 제프 홀리 교수는 “우유는 본래 아기들이 젖을 떼기 전까지 먹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때는 신체의 조직이 전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빨리 성장할 때다”면서 “인간의 몸은 보통 사춘기 때까지 계속 성장한다. 때문에 그때까지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성장을 촉진할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성장이 완료된 후에는 굳이 성장을 촉진하는 우유를 마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리딩대학의 이안 기븐스 교수는 유제품과 암의 상관관계는 명백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븐스 교수는 “현재까지 밝혀진 증거로는 우유가 전립선암의 위험을 어느 정도 높이는 데 연관이 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우유는 또한 직장암을 예방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의 칼슘 성분이 붉은고기의 발암물질 가운데 하나인 ‘헴’ 성분의 분해를 돕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데일리메일>은 아직 우유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유 속의 단백질, 칼슘, 기타 영양분을 어떻게 대체할지를 생각한 후에 유제품을 끊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만일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우유를 마시고 있다면 이와 더불어 주기적인 근력 운동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제프 홀리 교수는 “만일 육체적으로 상당히 활동적이고, 건강한 식단을 먹고 있다면 굳이 유제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움직임이 적고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우유와 유제품을 끊으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