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 심리로 열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장 회장이 회사자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했고 횡령액수도 거액인 개인 비리”라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같이 구형했다.
원정도박과 횡령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2심에서 징역 8년과 추징금 5억여 원을 구형받았다. 일요신문DB
특히,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상습 해외원정도박에 대해 검찰 측은 “카지노 VVIP 고객으로 한 판당 2000만 원까지 베팅해 카지노 내부감시망에 오르고 카지노로부터 전용 제트기까지 제공받았다”며, “장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에서 2001년부터 10년 동안 1억 달러를 걸어두고 도박을 했다. 연예인들은 단 하루 도박해도 처벌 받는데 이렇게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것을 두고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처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장 회장의 상습적인 원정도박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장 회장 측은 “피고인이 정식 카지노가 아닌 불법 도박장에 가서 한 것이 아닌 해외 출장 중 잠시 시간을 내 들른 것뿐이다”며, “검찰이 10년 동안의 금액을 통틀어 상습도박이라 하는데 평균 1년에 1회꼴이다. 일반인들도 해외여행 가서 하는 것이고 제트기 등은 호텔서 제공한 서비스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회사자금이 아닌 개인자금으로 장 회장의 도박전과가 없고 사업 관련 인사들을 접대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동국제강 측도 검찰이 ‘역대 최대 수준’이란 표현으로 언론에 공개되는 점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형량에 대해서도 민감하지만 다소 과한 것이 아니냐며, 말을 흐렸다. 경영진의 문제가 자칫 경영을 악화시키거나 기업이미지에 손상을 끼칠 것을 크게 경계하는 눈치다.
검찰은 “장 회장이 회사자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했고 횡령액수도 거액인 개인 비리”라며, “기업활동에 따른 불가피한 과거 관행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반면 장 회장 측은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수백억 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상습도박을 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장 회장 측 변호인단이 주요 혐의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 회장의 동국제강이 주도하고 포스코와 브라질 발레와 합작한 브라질 CSP 제철소의 연내 정상 가동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브라질 CSP 제철소 고로 화입식이 지난해 12월에서 올 2분기(5~6월)로 연기된 데 이어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장 회장의 1심 구형 여파가 화입식 연기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동국제강 측은 공사일정 관계상의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다음달 18일 장 회장의 항소심 선고 일정을 감안하면 화입식이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이 30%,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Vale)가 50%, 포스코가 2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당초 지난해 9월까지 고로의 내화물 축조와 설비 설치를 완료하고 단계별 시운전을 거쳐 12월 고로 화입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지난해 4월 21일 회사 돈을 빼돌려 도박을 한 혐의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된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포스코는 21일 1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브라질 CSP는 인프라 건설 등의 지연으로 5~6월경 고로 화입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정상가동은 내년이나 가능할 것이다. CSP는 6월 가동 후에도 완전 정상 가동까지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CSP 가동 지연으로 CSP 건설을 맡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분기 포스코건설 실적 저조로 이어진 상태다.
동국제강은 예정대로 2분기인 6월에 고로화입식을 진행 중인 만큼 브라질 현지 사정일 뿐 장 회장의 거취와 연관 짓는 것에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지난 3월 25일 장세욱 부회장이 동국제강 주주총회에서 기업설명회(IR) 방식으로 주주들과의 소통에 나서며, 공식석상에서 장 회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 회장이 구속될 경우를 대비해 장 부회장 체제로 회사 정상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장세주 회장이 브라질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등 동국제강의 미래산업으로 전념하고 공을 들였던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가 장 회장의 부재로 인해 올해 정상화는 물론 미래마저 불투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철강업계 서열 3위인 동국제강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장세주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철강 산업 발전을 위해 브라질 제철소에 헌신하고 전념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동국제강 임직원들도 ‘철쟁이’ 장세주 회장의 업적과 성과를 반영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세주 회장의 ‘브라질 올인’이 해외 원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멈춰버린 브라질 제철소 사업과 대내외 경제위기 속의 한국 철강업계에 잭팟(jackpot)을 터트릴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장 회장 개인의 명예회복과 동국제강의 도약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