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휘 씨는 2004년과 2010년 고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각각 친자관계확인소송과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지난 두 번의 소송을 통해 이 씨는 고 이 명예회장의 아들임을 확인받았으며 4억 8000만 원의 양육비를 받았다.
지난해 8월 타계한 이 명예회장은 재산은커녕 오히려 빚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씨 측은 차명 재산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아들로서 유산 상속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CJ그룹은 고 이 명예회장의 유산은 없다고 주장한다. CJ그룹 관계자는 “고 이맹희 회장의 유산이 없는데도 그 쪽에서는 있다고 믿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니 응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동안 이재휘 씨와 회사 간 어떠한 왕래나 교류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결과처럼 이번에도 이 씨에게 승산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두 번의 소송과 달리 이번에는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 이 명예회장의 유산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돼야만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 씨의 주장대로 숨겨진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입증해야 할 의무는 원고인 이 씨에게 있다. CJ그룹이 이를 확인해줄 의무는 없다. 다시 말해 이 씨는 CJ그룹의 협조 없이는 승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 이 씨가 절대 불리하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조원룡 변호사는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재휘 씨 소송대리인인 조원룡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다음은 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상속재산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고 이맹희 회장이 남긴 재산이 존재한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한 대목은 많다. 그중 핵심은 지난 2012년 불거졌던 고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송이다. 또 여전히 진행 중인 이재현 회장에 대한 재판도 중요하다. 당시 소송 기록과 이재현 회장의 형사 수사 기록을 살펴본다면,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되던 때의 정황을 상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록들을 통해 확실하게 상속재산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본다.”
―상속재산 입증 계획은.
“피고(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측에 증거가 편재돼 있는 상황에서 원고(이재휘 씨)가 자력으로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 즉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게 받은 상속재산의 여부를 입증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간 여러 경로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속재산으로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서 진정서 또는 고발장 형태로 수사기관에 정당한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추가로 덧붙일 말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맹희 명예회장이 작고하기 최소한 2년 전부터 중국 등 해외의 고급주택에서 생활했다. 매달 생활비로 지출되는 돈이 1억 원이 넘는다고 들었다. 2년치만 계산해도 24억 원이다. 이 돈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나? 또 고 이맹희 명예회장이 지난 이건희 회장과의 상속 소송에서 인지대로 쓰였다고 알려진 돈 중에서 143억 원을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렸다. 증권담보대출을 받았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생활비는 배당금으로, 대출도 증권을 담보로 받았다고 본다. 즉, 고 이맹희 명예회장이 실질적 주권을 행사하는 차명주식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