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 ||
일각에서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문제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차관급 정도가 되니까 주목을 받았지 사소한 것까지 치면 이루 헤아릴 수 없다”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낙하산 인사’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는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A 협회의 회장 L 씨도 낙하산 인사 아닙니까. 이전 정권에서 S 의원을 쫓아다니더니 작년에 현재 여당 소속인 S 의원과 J 의원 둘이 밀어 그곳 협회장이 된 겁니다.”
한 야당 관계자는 현재 A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L 씨의 사례를 들며 “이건 사소한 예에 불과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자리도 낙하산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감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에 대해 노조가 반발, 자칫 사상 초유의 거래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정권 초기부터 코드 인사를 단행해 여러 차례 논란을 불러왔던 노무현 정부는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해 “대통령과의 연고를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또다른 역차별”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는 불감증인 듯하다. 안보불감증은 물론 파행적 코드인사로 ‘도덕불감증’까지 갖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유진룡 전 차관 문제로 새롭게 드러난 문제점은 코드 인사가 결국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점이다. 아리랑 TV 부사장 자리나 한국영상자료원장 자리 모두 코드 인사이자 낙하산 인사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애초 참여정부에 들어서 낙하산 인사의 불씨를 지핀 곳은 친노 그룹인 ‘청맥회’였다. ‘청맥회’는 참여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산하단체 및 공기업에 진출한 인사들의 모임이었다. 지난 2003년 11월 출범한 청맥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회원수가 늘어나 올 초에는 무려 100 명을 훌쩍 넘겼을 정도. ‘자발적 친목모임’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노 대통령과 이래저래 인연을 맺은 이들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외부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낙하산 인사들의 모임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결국 지난 3월 ‘자진해체’ 되었지만 청맥회 ‘출신’ 인사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정부 산하단체에 진출하는 일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지난 7월에도 환경부와 산하 기관의 수장 대다수가 청맥회 출신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금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측은 “임용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던 43개 기관의 감사들을 경력을 살펴보니 노무현 후보 선대위 출신, 대통령 인수위 출신, 노무현 후보 언론특보, 외교특보, 청와대 행정실 비서관, 홍보비서관 등이 상당수였다”고 밝혔다. 특히 그중에는 해당 기관의 업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경력의 소유자도 많다.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 상황을 파악 중인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사람 심기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해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면 설사 낙하산 인사라고 할지라도 논란이 오래가지 않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99년부터 도입한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장에 대한 공모제 또한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에 시달린 지 오래다. 공모제는 해당 기관장 추천위에서 경력이나 전문성 평가로 후보를 압축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사생활이나 전과, 주변 평판 등의 검증을 한 뒤 해당부처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후보자를 ‘협의’ 차원에서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작년과 올해 두 차례 이상 공모를 했던 기관이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증권선물거래소,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9곳에 이른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결국 이렇게 거절이 이어지다 보면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낙점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때로 낙하산 인사는 ‘끗발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고 한다. 같은 정당 내의 서로 다른 의원이 한 자리에 자기 사람을 밀어주다가 마찰이 일기도 한다는 것.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전에 A 의원이 ○○공사 기관장 자리에 고등학교 후배를 추천했다가 B 의원이 민 사람에게 밀린 적이 있었다. 그 때 B 의원이 미안했던지 A 의원에게 ‘내가 자리 한번 알아봐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 산하기관 감사 중 정치권 인사 임명 현황 (연봉 1억 원 이상)
연봉 순위 | 기 관 명 | 연봉액 (단위:천원) | 이름 | 경 력 |
1 | 강원랜드 | 221,821 | 최욱철 | 전 국회의원 |
2 | 한국토지공사 | 198,160 | 최교진 | 열린우리당 창당에 관여 |
3 | 한국지역난방공사 | 196,783 | 장남진 | 노무현선대위 출신 |
4 | 한국서부발전(주) | 184,526 | 최갑진 | 청와대 경호실 출신 |
5 | 한국중부발전(주) | 179,090 | 강기륭 | 대통령인수위 출신 |
6 | 한국농촌공사 | 176,994 | 박병용 | 17대 총선 출마 |
7 | 한국수력원자력(주) | 176,951 | 최용현 | 노무현선대위 출신 |
8 | 대한석탄공사 | 170,192 | 이동섭 | 노무현선대위 출신 |
9 | 농수산물유통공사 | 162,411 | 강동원 | 노무현선대위 특보 |
10 | 한국가스공사 | 160,414 | 조광한 | 청와대 홍보비서관 |
11 | 한국남동발전(주) | 159,902 | 여의구 | 열린우리당 출신 |
12 | 한국관광공사 | 157,540 | 강영추 |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
13 | 한전KDN(주) | 157,454 | 최용식 | 정당인 |
14 | 예금보험공사 | 147,397 | 이양한 | 정당인 |
15 | 한국조폐공사 | 142,187 | 조성두 | 노무현인수위 출신 |
16 | 한국가스기술공사(주) | 140,999 | 이상헌 | 노무현선대위 출신 |
17 | 한국공항공사 | 140,420 | 권형우 | 17대 총선 출마 |
18 | 에너지관리공단 | 139,680 | 배갑상 | 전 국회의원 보좌관 |
19 | 한국가스안전공사 | 137,403 | 최기선 | 정당인 |
20 | 한국전기안전공사 | 135,190 | 박광순 | 정당인 |
21 | 한국방송광고공사 | 134,404 | 남영진 | 노무현대통령후보언론특보 |
22 | 한전기공(주) | 132,790 | 송태경 | 정당인 |
23 | 한국도로공사 | 125,960 | 이상익 |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
24 | 국민연금관리공단 | 125,206 | 노금선 | 열린우리당 출신 |
25 | 국민체육진흥공단 | 119,325 | 김영득 | 노무현대통령후보조직보좌역 |
26 |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 117,448 | 노재철 | 여당 총선 출마 |
27 | 부산항만공사 | 116,000 | 이병환 | 부산정치개력추진위 대표 |
28 | 한국산업안전공단 | 105,762 | 금승기 | 열린우리당 출신 |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